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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현장형 영화제작교육’의 산실
송경원 사진 백종헌 2015-12-15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영화예술전공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교육이란 위에서 아래로 베푸는 것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기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정확히 짚어주고 스스로 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돕는 쪽에 가깝다. 영상미디어의 바다를 헤엄치는 데 익숙한 요즘 학생들은 단지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니라 이미 훌륭한 영상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영상언어를 다루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래된 서적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소통의 장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은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은 올해 첫걸음을 뗀 신설전공이다. 영화과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시대에 전공 개설이라고 하니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은 지금 우리 영화 교육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고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중이다. 개성, 창의, 실기 위주 등 온갖 수사는 넘쳐나지만 이를 직접 실행에 옮기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이 정확히 그렇다.

함께 만들어가는 수평적 교육

젊으니까 가능한 것들이 있다.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은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해서 길을 만들고 옆자리에 선 동료들과 공동으로 창작에 몰두하는 수평적인 교육을 지향한다. 뭐든지 처음인 그들에게선 두려움보다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된다는 의욕, 열정, 도전 같은 젊음의 에너지가 들끓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열정만으로 출발한 건 아니다. 철저한 준비와 비전이 있었기에 신설전공이 탄생할 수 있었다. 최익한 교수는 “숭실대학교는 공대 이미지가 강하지만 문화와 기술의 접목, 예술전공의 필요성에 대한 한헌수 숭실대학교 총장의 장기적인 비전과 의지가 있었다. 전략적으로 영화예술을 선택해서 집중 투자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 말처럼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은 신설전공답지 않게 설비와 장비 측면에서 이미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 스튜디오, 녹음실은 물론 설비, 액팅룸, 시사실까지 필요한 공간은 모두 마련되어 있고,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최근 영화현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최신 카메라와 기자재도 지속적으로 구입 중이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학교쪽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현상 유지에 익숙해진 최근 영화계 분위기에 신선한 활력을 더해줄 동력이 여기서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는 중이다.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활성화하기 위해 발탁된 인재는 얼마 전까지 한국영화아카데미원장을 맡았던 최익환 교수다. 전폭적인 지원과 커리큘럼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조건에 이끌려 숭실대학교로 왔다는 최익환 교수는 그간 실무 교육현장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펼쳐 보이는 중이다. ‘내러티브 중심의 현장형 영화제작교육’을 지향하는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비주얼 스토리텔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현장 중심의 제작교육은 물론 종합적인 사고력이 필요한 비주얼 스토리텔링 실습 등 인문학 기반의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각 수업간의 연계와 협력이 필요한 이 수업에선 하나의 전문분야만 파고든다고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없다. 기획부터 촬영, 제작까지 통합적인 과정과 적용이 필요하다. 전체 과정을 훑어봄으로써 프로세스 전반을 이해하고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학생들 개개인이 갖추고 있는 역량과 상상력을 제대로 말하는 방식을 짚어주는 현장형 수업인 셈이다. 말로 하긴 쉽지만 이루긴 힘든 이같은 방침을 기준으로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학생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함께 고민하고 서로 부딪치며 배우고 있는 중이다.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신설전공답지 않는 단단한 내공이 엿보이는 가운데 새로움과 기발함도 묻어난다. ‘단편영화분석’을 두번에 나눠 작품 분석과 예산 계획 실습을 병행하는가 하면, ‘비주얼스토리텔링’에서는 실습을 통해 영화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매체에서 선보일 수 있는 영상문법의 기본을 익힌다. 특히 2학년 2학기부터 진행되는 ‘크리틱’ 수업의 경우 전 교수진과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학생의 진행작품을 평가, 공유하는 방식이다. 아이디어 개발부터, 시나리오, 촬영, 캐스팅, 편집까지 전 과정을 상세하고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창작 전반의 시스템을 익히는 한편, 여러 다양한 의견을 종합 수렴하는 폭넓은 시야까지 익힐 수 있다.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수업이지만 교수들의 열정과 의지가 있으면 그 효과는 지대하다”는 것이 최익환 교수의 설명이다. 여기서 곧바로 산학협력과 MOU로도 연결될 수 있다.

즐기는 자를 당할 수 없다

신생학과의 장점은 젊고 역동적이라는 데 있다.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한다.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눈높이 교육은 학과 운영의 세세한 부분까지 학생들의 토론과 의논을 거쳐 결정되는 방식에서부터 출발한다. 개별과목 교수가 모두 참여하는 팀티칭 방식의 수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면서 익히는 실습형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기자재의 사용도 학생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허용되는 반면 실적 시스템을 통해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창작이 이뤄지는 모든 과정에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해 만들면서 배우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특정 전문분야의 교육이 필요할 경우 즉각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유연함도 장점 중 하나다. 이미 그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했다는 학과 홈페이지의 홍보영상은 이미 완숙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완성도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열정적인 표정에서 즐기고 있는 자들 특유의 에너지를 읽을 수 있다. 신생학과의 장점을 열거하자면 수도 없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접하는 모든 것이 최초가 된다는 점이 가장 매혹적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로도 갈 수 있는 가능성,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를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에서 발견한다.

입시전형

정시 나군에서 20명을 모집한다. 선발은 다단계 전형으로 1단계는 수능 성적으로 25배수를 뽑고, 2단계에서 수능 성적 70%, 실기 30%를 반영해 최종 선발한다. 수능반영영역은 국어(A/B)와 영어이며, 실기고사는 개별 구술고사로, 주어진 이미지를 토대로 하나의 이야기를 구상하여 스토리라인을 구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익환 교수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상 능력을 알아보는 시험인 만큼 인문예술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지우, 최익환 교수(왼쪽부터).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라”

예술창작학부 영화예술전공 최익환 교수, 정지우 교수

-올해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1년 동안 실제로 진행해보니 어떤가.

=최익환_영화아카데미에서 기존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들과 함께하다보니 오히려 배우는 게 많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이 영화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니 변화의 속도와 적응력이 무척 빨라 흥미롭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커리큘럼이 안정적이면서도 독특하다.

=최익환_학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충분한 훈련을 도와준다는 전제하에 자신이 스스로를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영화는 촬영, 연기, 연출, 편집 등 여러 요소를 조화롭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영화라는 한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 했다.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정지우_서로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는 건강한 분위기를 만들려 한다. 가령 ‘크리틱’ 수업은 다른 생각을 접하고 시야를 넓히기 위한 시도다. 학생들 사이의 거리, 학생과 교수들 사이의 거리를 서로 좁히기 위해 한 학기의 커리큘럼을 짠다. 영화 만들기는 결국 함께하는 작업이다. 함께하는 법을 직접 영화를 만들며 익히도록 돕고 있다.

최익환_아직 선배가 없어서 선배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웃음) 선생의 역할은 옆에서 함께 봐주며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작업은 몸으로 체험하며 배울 수밖에 없다. 결국 최고의 선생은 함께 작업하는 동기, 내 주변의 동료들이다. 굳이 가르친다고 표현한다면 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숭실대 영화예술전공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정지우_주변을 넓게 봤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일, 흥미로운 일이 얼마나 많은가. 식상한 이야기지만 책을 많이 읽고 자신의 생각을 숙성시켜보길 권한다. 영상을 보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데는 아직 서툴다. 뭐든지 습관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많이 보고, 다양하게 읽고, 수시로 생각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