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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대학교] 1인 제작 시스템 통해 열정을 현실로 만든다
문동명 사진 최성열 2015-12-15

서경대학교 예술대학 영화영상학과

서경대학교 캠퍼스 맨 끝, 수평으로 쫙 뻗은 벽돌 건물 혜인관이 있다. 원래 지상 5층이었던 혜인관은 회색과 노랑이 섞인 컨테이너 하우스 같은 공간이 증축돼 7층짜리 건물로 모습을 바꿨다. 캠퍼스 초입 북악관에 위치했던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는 지지난해부터 독립적인 학과로 운영되고, 올해 혜인관 꼭대기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강의실을 비롯해 세미나실, 사운드믹싱실, 편집실, 시사실, 기자재실, 스튜디오까지 영상 제작이 가능한 거의 모든 시설이 한층에 모여 있어 오로지 전공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바깥에서 보기에 거대한 공장 같아 보이는 외관은 전에 없던 영상물을 고민하고 제작하는 영화영상학과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수업과 현장의 밸런스

학과명 속 ‘영상’이라는 키워드는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지표다. 석사 시절 실험영화를 전공하고 <어두운 방> <숨> 등 실험적인 단편을 연출한 바 있는 장민용 교수가 이끄는 과는, 전통적인 영화를 넘어 영상 매체 전반에 대한 교육을 지향한다. 때문에 영화 시나리오와 연출에 집중해온 기존 영화과 교육과는 차별화된 커리큘럼이 돋보인다. 컴퓨터 기반의 그래픽, 영상 편집이 포함된 ‘크리에이팅 이미지’ , 애프터 이펙트와 컴버스천 등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모션 그래픽스’, 미디어아트를 가르치는 ‘영상 테크놀로지’ 등 얼핏 영화영상보다는 디자인에 더 가까워 보이는 과목들이 그 예다. 장민용 교수는 학과가 필름보다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영화 형태에 더 친숙해지고 있던 1999년 시작해, 영화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매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진단한다.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제약을 거친 모범적인 결과물보다는 마음대로 만들어 호불호를 기꺼이 맞닥뜨릴 수 있는 자기 작품을 만드는 걸 지향한다.

그간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가 진행한 1인 제작 시스템은 여전히 순항 중이다. 재학하는 동안 연출, 촬영, 사운드, CG 등에 걸친 다양한 분야를 직접 체험해보며 자신의 재능을 찾아나갈 수 있는 1인 제작 시스템 덕분에 학생들은 상당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학기마다 자신의 작품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다. 학년당 30명 정원 모두가 한정된 인력과 기자재 안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학기가 끝나는 시기에 일찌감치 다음 학기의 촬영 계획을 정해놓아야 한다. 일정은 어느 누구라도 예외없이 그대로 엄수된다. 정해진 촬영날에 비가 쏟아져도 달라지는 건 없다. 촬영을 앞당겨 비가 오지 않은 때를 쪼개 찍거나 시나리오를 수정해 그 날씨에 맞는 이야기를 만드는 등 학생들 저마다의 순발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일정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어 교내 수업에는 소홀해지기 십상이라 학과 커뮤니티를 통해 출결을 관리해 수업과 현장의 밸런스를 지켜나간다.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 학교 수업에 소홀했다는 변명은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서만큼은 유효하지 않다.

‘미디어 스퀘어’ 통한 작품 상영

대개 영화 관련 학과들은 겨울 즈음 졸업영화제를 연다. 하지만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는 졸업영화제가 없다. 대신 1인 제작 시스템을 경험한 2, 3, 4학년 학생들이 한 학기간 성심을 다해 만든 70편가량의 작품 중 심사를 거쳐 8편만이 선정돼 각각 6월, 12월 둘쨋주 금요일 ‘프리미어 오브 패션’ 영화제를 통해 상영된다. 8편의 상영작 중 일부는 대상, 촬영상, 관객상을 받는다. 대상과 관객상이 한 사람 차지가 되거나, 2학년 학생의 작품이 대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안기는 동기부여는 꽤 크다. 영화제에서 뽑힌 작품들이 학교 바깥까지 진출할 수 있는 전통 때문이다. 2015년 겨울 제20회 프리미어 오브 패션은 지난 12월10일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렸다. 영화제를 미처 찾지 못한 이들은 영화영상학과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미디어 스퀘어’(http://mediasquare.or.kr/)에서 그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학과와 관련한 정보를 간편하고 상세하게 알 수 있는 홈페이지와 연계돼 운영되는 미디어 스퀘어는 출품연도, 장르, 수상여부 등 세부적인 분류로 서비스돼 어디서든 누구든지 간에 자신의 작품을 간편하게 선보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작품마다 만 단위를 훌쩍 넘기는 조회수는 이 매체의 효용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미디어 스퀘어를 처음 구상한 이가 당시 서경대학교 부총장이었다는 사실은 영화영상학과에 대한 학교 내부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술대학 내 타 학과와의 폭넓은 협업은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가 내세우는 또 다른 특징이다. 학생들 작품에 출연할 배우들 기용에 공연예술학부의 연기전공, 모델연기전공의 손을 빌릴 수 있는 것. 빠듯한 촬영일정이 결국 큰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는 것 역시 연기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조력의 공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사항은 연기전공 학생들이 졸업하기 위해 영화영상학과의 작품에 출연해야 한다는 조건과 엮여 있기도 하다. 미래의 배우들만이 힘을 보태주는 건 아니다. 무대기술전공 학생은 촬영 세트를 만들어주고, 미용예술학과 학생은 배우들의 분장을 돕기도 한다. 물론 영화영상학과의 결과물은 곧 작업을 도와준 타 전공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로 기능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영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를 안 했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는 교수진 때문일까?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출신 인력들은 여러 분야에 몸담으며 학교에서 얻은 소중한 배움을 확인하고 있다. 그들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의 현장편집을 맡는 등 영화 현장을 고수하는 이들과 더불어 CF/뮤직비디오, 미술관, 패션 잡지 등에서 활동하며 ‘영상’의 가치를 일찍이 존중해온 학과의 뜻을 다방면에서 빛내고 있는 주인공이다.

입시전형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는 정시 다군에서 25명을 모집하고, 실기 30%, 수능 70%를 반영한다. 수능 과목별 반영비율은 국어 40%, 영어 40%, 탐구영역 20%이다. 원서접수는 12월24일부터 28일 오후 5시까지 인터넷에서만 가능하다. 실기고사는 주어진 시나리오의 등장인물과 이야기, 시각화 등에 대한 질의와 영화•영상 분야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와 지원자의 전공 소양 등과 관한 질의로 진행된다. 실기고사는 내년 1월23일부터 3일에 걸쳐 진행되고, 고사시간 예약은 1월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본교 입학안내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연출작 하나는 만들어야 한다”

예술대학 영화영상학과 장민용 교수

-영상 제작의 다방면을 경험할 수 있는 1인 제작 시스템의 심화과정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보통 2학년 때부터 작품 작업을 시작해 다방면의 경험을 해보고 3학년 2학기를 기점으로 자신의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 촬영과 사운드 그리고 최근 더해진 컴퓨터그래픽을 세부적으로 택할 수 있다. 연출은 기본으로 깔려 있어,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연출작 하나는 만들어야 한다.

-학교 수업에 창작까지 소화하려면 학생들이 꽤 고될 것 같다.

=맞다. 학과장 입장에서 사실 쉽게 갈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편입생으로 데려오거나, 제대로 된 작품 한편만 제작하는 거다. 하지만 작품 하나만 만들게 되면 연출, 편집, 촬영을 제외한 학생들은 놀 수밖에 없다. 가능한 한 모두 끌고 가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커리큘럼이나 교수님의 성향이 약간 실험영화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를 보고 만드는 것이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이지 실험영화를 지향하겠다는 건 아니다. 카메라를 통해 본다는 것 자체가 우리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 뭔가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고 그 방법을 찾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열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과 과정이 꽤나 고된데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영화 좋아하니까, 싶어 막연하게 생각한 학생들은 1~2주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예전보다 학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오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경우가 줄어드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