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비결을 알아도 따라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시간의 무게가 주는 전통의 힘이다. 전국 연극 및 영화영상학과 중 손꼽히는 역사를 자랑하는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와 영화영상학과는 명실상부 한국 공연 및 영화의 산실이다. 1960년 국내 최초로 연극학과를 설립해 1962년 전에 연극영화과로 바뀐 이래 연극영화과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배움의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한석규, 최민식, 이정재, 전지현 등 명실상부 국내 최정상 배우들이 모두 동국대학교 출신이다. 연극계, 영화계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약 중인 동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 연기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곳이라 할 만하다. 몇 차례 학제 개편이 이루어진 후 현재는 예술대학 안에서 연극학부와 영화영상학과로 나뉘어 있는데, 2008년부터는 연극학부 내 연극전공과 뮤지컬전공을 두고 있으며 영화영상학과는 한층 전문화된 커리큘럼을 자랑한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실기 중심의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살아 있는 연기자 양성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 실기수업 비율이 전체 95%에 달할 만큼 철저한 실기 위주로, 수업이 곧 연기이고 연기가 곧 공연 및 영상매체에 적합한 연기술 습득을 위한 훈련이다. 그렇다고 실기에 치우쳐 이론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소리훈련, 신체훈련, 가창실기와 같은 기본연기부터 연극 제작실기, 뮤지컬 제작실기, 매체 연기와 같은 실전 연기까지 체계적으로 배워나가는 한편, 연극개론,연극제작기초, 희곡 분석, 연극사, 극장실습 등과 같은 이론적인 기반과 무대 전반에 대한 이해까지 꼼꼼히 더하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특히 인문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동국대 연극학부의 커리큘럼은 생각할 줄 아는 배우의 육성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테크닉을 넘어 논리적 사고력, 사회 현상을 심도 깊게 성찰하는 눈을 바탕으로 작품 해석력을 높이는 등 이론과 접목된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탄탄한 실전형 연기는 인문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4학년 때까지 뮤지컬전공과 연극전공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과목의 연기 수업을 두루 섭렵할 수 있는데, 4년간 이론과 실기 양 방면에서 차곡차곡 다져진 결과물을 가지고 4학년 졸업작품을 연극으로 할 것인지 뮤지컬로 할 것인지에 따라 전공을 결정한다. 여타 학과가 일찌감치 세부전공을 선택하여 그것만 하도록 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공 장벽을 제거한 학부제 특성에 따라 다방면의 연기를 두루 살피고 기본적인 소양을 익힌 후 본인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자율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준 높은 교수진, 변화하는 경향에 적극 반응하여 학문적 시류를 놓치지 않는 능동적인 분위기가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이룬다. 이를 위한 기반 시설도 탄탄한데,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 최고 설비를 자랑하는 이해랑 예술극장은 이를 위한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학교기업 동국아트컴퍼니와 문화기술(CT)연구소를 기반으로 다양한 산학협력도 추진하고 있어 직접 작품을 올리고 스탭으로 참여하는 등 학교 수업이 곧 현장 수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천후 인재 양성
영화영상분야의 제작 전반을 가르치는 영화영상학과는 교과과정에 따라 크게 기획/연출, 시나리오, 제작기술(촬영, 편집, 사운드, 프로덕션 디자인), 디지털애니메이션, 영화이론 다섯 가지 분야의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기본적으로 폭넓은 실기교육과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을 지향하지만 면면이 이어져온 무게감에 걸맞게 기본을 닦을 수 있는 커리큘럼도 충실하다.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한 실기 중심의 교육은 당연한 것이지만 자칫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하다 기본을 놓치기 십상이기에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영화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뒷받침하고자 이론 강의에 특별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지나 교수는 “인문학적 교양을 바탕으로 어떤 현장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려 한다. 단지 영화인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 가더라도 영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로 키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 설명처럼 영화는 이제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영화를 향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생산자와 수용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대에 영화전공자가 마련해야 할 역량은 당장의 기술적인 숙련도가 아니라 어떤 기술이라도 익힐 수 있는 탄탄한 토양이다.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기본부터 다져온 전통의 지혜가 뿌리 깊은 나무를 키우는 비결인 셈이다.
졸업 후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영화감독 등 영화 제작 현장에 가려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는 여기서 다시 한번 기본으로 돌아간다. 현장에 맞춘 실무형 인재를 키워냄과 동시에 각자의 성향에 맞추어 작가, 평론가, 연구자 등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을 살려주는 것이다. 정재형, 유지나, 정수완 등 타 영화영상학과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다수 포진한 영화이론전공 교수들이 그 힘이 된다. 여기에 사운드 등 특화된 분야의 교수진 또한 여타 학과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것이다. “전문적인 분야의 다양한 교수진이 전통을 뒷받침하는 비결”이라는 게 유지나 교수의 설명이다. 특수효과나 사운드, 애니메이션 등 세분화된 전공과목을 통해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는 한편 전체적인 시야로 사고할 수 있는 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화이론 및 시나리오 트랙과 영상제작기술트랙을 구분해서 초반부터 자신의 적성을 살려나가는 심화학습 역시 자랑할 만하다. 빠른 세부전공 선택으로 전공기초는 물론 전문과목까지 마스터함으로써 여느 학부과정에서는 얻기 힘든 깊이를 체험하게 하기 위함이다.
오랜 전통만큼이나 두터운 선배들도 든든한 힘이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의 풍부한 인프라는 현장 작업 및 취업에 직간접적인 도움이 된다. 학교 역시 이에 발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산학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양한 학생지원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2년 연속 우수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과는 물론이고 인접 학과와의 연계를 기반으로 해 현장에서의 실무경험도 쌓을 수 있다. 역사와 전통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과 호흡한다. 이론으로 단단한 뿌리를 다지고 산학협력으로 열매를 맺는 동국대 영화영상학과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입시전형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정시 가군에서 이론전형으로 7명, 실기전형으로 14명을 뽑는다. 이론전형은 수능 100%, 실기전형은 수능 60%와 실기 40%를 반영한다. 실기고사는 지정작품 연기와 작품이해력, 즉흥연기, 특기 등 네 종목을 각 25% 비중으로 평가한다. 영화영상학과는 정시 가군에서 일반전형으로 22명, 농어촌 2명, 특성화고교 출신자 2명, 총 26명을 뽑는다. 모두 수능 100%를 반영해 선발한다.
“경계 없이 함께하는 예술이 필요하다”
영화영상학과 유지나 교수
-이론을 특화한 커리큘럼이 눈에 띈다.
=대다수 영화과가 실기에 무게를 두는 데 반해 우리는 반반이다. 이론을 알아야 실기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처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갈수록 기본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다. 때문에 주입식으로 외우는 강의가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를 촉발할 수 있는 인문, 철학적 소양을 기르고자 한다.
-학과 수업에서도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영화전공이지만 최종적으로는 경계 없이 함께하는 예술이 필요하다. 사유 능력을 성숙시키기 위해 자극도 받을 수 있고 재미도 있는 수업을 만들려고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토론 참여율이 높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받고 교감하며 즐거움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교수진의 전공도 다양하다.
=영화는 종합예술이지만 각 세부전공이 따로 있다. 다양하고 층이 넓은 교수진을 갖췄다는 게 동국대학교의 강점 중 하나다. 시나리오, 이론, 편집, 특수효과, 프로덕션 디자인, 사운드까지 우리는 각 분야의 심도 깊은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여기에 학생들의 개성과 취향, 적성에 맞춰 학부 초기부터 원하는 분야에 대한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깊이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지망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멀리 보길 권한다. 지금 우리는 기존 구조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상황 한가운데에 있다. 예술이란 직업 이전에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다. 기본적으로 인문, 철학적인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이미지를 보는 것은 개인의 통찰을 넘어 사회적인 의미까지 파악하는 일이다. 창작의 아이디어도 거기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