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휴가를 다녀왔다. 부모님을 모시고 효도관광차 다녀온 7박9일 미국서부 패키지 투어였다.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하여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그랜드캐니언 등을 경유하여 로스앤젤레스까지 샅샅이 훑는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의무감 절반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확실히 영화 촬영지들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미국 땅에서 거의 매일 한식을 먹는 한식대첩을 찍었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촬영지를 돌아다니는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존 포드의 영화적 고향 모뉴먼트 밸리까지 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더 록>의 샌프란시스코 알카트라즈 감옥과 <행복을 찾아서>의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행오버>의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과 <오션스 일레븐>의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등 남부럽지 않은 휴가의 마침표를 찍었다. 영화가 다른 예술 장르와 가장 다른 점 중 하나가 바로 ‘로케이션’의 묘미 아니겠는가.
미국 전역은 이미 <스타워즈>로 도배되어 있었다. 디즈니랜드에서도 미키마우스나 도널드 덕보다 <스타워즈> 관련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요다나 다스 베이더 분장을 하고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다니는 꼬마들이 하도 많아서 몇번이나 그것에 자상(?)을 입었는지 모르겠다. 새로 마련된 테마 놀이기구 ‘스타 투어’에서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맛보기 3D 영상을 제공했다. 상영에 앞서 츄바카 등 <스타워즈> 단골 캐릭터들이 극장에 모여 있는 장면으로 앞 좌석을 발로 차지 말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달라는 에티켓 광고를 만든 것을 보니 참으로 귀여웠다. 물론 3D 영상의 만족도도 더할 나위 없었다. 납작한 밀레니엄 팔콘의 시점숏으로 우주를 누비다보니, 조그만 틈으로도 곡예를 하듯 질주하는 그 박진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부모와 자식간에 하나의 시리즈로 끝없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우리에게는 과연 세대를 초월하여 교류하고 존재하는 콘텐츠가 있을까.
너무 외화 얘기만 꺼낸 것 같아 죄송하지만, 이번호 특집으로 마련한 <히말라야>와 <대호>의 무게감도 상당하다. 컨셉에 걸맞게 뚜렷한 장점들을 탑재한 영화들인데, 모처럼 계절에 어울리는 영화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여러 명의 기자들이 매서운 추위에 아랑곳없이 달라붙어 총력을 쏟은 기사에 주목해주길 부탁드린다. 어쨌건 뭔가 제대로 불꽃 튀기는 겨울 극장가가 될 것 같다. 당신을 만족시킬 영화가 무엇일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