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 수경(강별)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 미수(하연주)와 함께 야구장에 놀러갔다가 미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수경은 지역신문 편집장 선배로부터 우연히 미수를 봤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그녀의 행적을 좇는다. 하지만 11년 만에 마주한 친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쾌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애인 동민(이종혁) 곁에만 머문다. 세계적인 유전공학자로 이름난 동민은 흡족한 표정으로 수경에게 미수의 지난 시간을 전한다.

영화는 지하실에 갇힌 미수가 절규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또한 초반에 동민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4022일’이 미수를 대상으로 한 동민의 실험 기간이었음을 일찌감치 드러낸다. 이후 수경은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나 반복되는 작위적인 설정들이 수경을 사건 해결과는 유리된 캐릭터로 만든다. 사회부 기자라는 직업이 무색하게 시종일관 무딘 촉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동민의 모호한 진술을 듣고 그를 의심하는 대신 함께 정사를 나누는 식의 이해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정작 납치 사건의 전모는 동민의 진술로, 동민의 비밀 또한 주변인물의 증언으로 맥없이 풀린다. 빈번히 쓰이는 플래시백이 안일하게 대사를 보충한다. 미수는 자신을 납치한 동민을 위해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그에게 감화되지만 그런 미수의 심리변화 또한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다. 이종혁의 예민한 사이코패스 연기와 오랜 감금 생활로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하연주의 연기 정도만이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