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란 엠마(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시골 마을의 의사 찰스 보바리(헨리 로이드 휴즈)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에 부푼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남편의 지나치게 소극적인 성격과 아무 변화도 없는 단조로운 일상에 엠마는 금방 싫증을 느끼고 만다. 결국 엠마는 레옹(에즈라 밀러)을 비롯한 다른 남자와의 사랑과 비싼 물건을 사들이는 방법을 통해 숨통을 틔우려 한다. 하지만 이 선택은 엠마의 삶을 서서히 진창으로 밀어넣을 뿐이다. 과연 ‘마담 보바리’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프랑스 출신의 감독 소피 바르트의 두 번째 장편 <마담 보바리>는 플로베르의 원작 소설 <마담 보바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미 장 르누아르, 빈센트 미넬리, 클로드 샤브롤 등 최고의 감독들이 선택한 이야기였던 만큼 부담이 있었겠지만 감독은 ‘정공법’을 택한다. 엠마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등을 제외하고는 소설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옮긴 것이다. 즉, ‘고전에 대한 과감한 해석’은 이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말이 소피 바르트의 <마담 보바리>에 고유한 매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주목할 건 영화에 자신만의 색을 더하는 감독의 연기 연출이다. 보바리 부인을 연기한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현재에 대한 불만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감정의 과잉으로 빠지는 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캐릭터와 영화 전체에 독특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부서질 것 같은 위태롭고 신경질적인 심리 상태를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절묘하게 유지함으로써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 강렬한 정서적 드라마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이자벨 위페르 등 과거 같은 역을 연기했던 많은 명배우들 가운데에서 보바리 부인에 대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여기에 특유의 순진함과 얄미운 이미지를 동시에 선보인 에즈라 밀러의 연기까지 함께 놓고 생각하면 소피 바르트의 <마담 보바리>는 고전에 대한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재해석으로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작품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