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년 미국 뉴잉글랜드, 연료가 귀하던 시절 포경을 통해 얻은 고래기름이 큰돈이 되자 너도나도 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선다. 포경선 에식스호도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낸터킷항을 출발한다. 그 배엔 ‘포경산업의 명가’ 출신 선장 조지(벤자민 워커)와 베테랑 일등 항해사 오웬(크리스 헴스워스), 그리고 어린 막내 선원 토마스(톰 홀랜드)가 타고 있다. 하지만 출발한 지 1년 반만에 남태평양에서 거대 고래의 공격을 받은 에식스호는 순식간에 침몰하고, 겨우 살아남은 21명의 선원들은 작은 뗏목 3대에 몸을 싣고 망망대해를 표류하기 시작한다. 물도 식량도, 거기에 육지로 항해할 뚜렷한 방법도 없는 절망적인 이들 앞에 또 한번 거대 고래가 나타난다.
<하트 오브 더 씨>는 에식스호의 조난사건을 다룬 너새니얼 필브릭의 실화 소설 <바다 한가운데서>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오히려 이 사건이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한다. 영화는 젊은 소설가 허먼 멜빌(벤 위쇼)이 노년에 접어든 에식스호의 생존자 토마스를 찾아와 이야기를 청하면서 시작하는 액자식 구조를 택한다. 이 사건이 소설 <모비딕>의 출발점이라는 매력적인 포인트를 강조하는 데 적격인 구조지만, 덕분에 또 하나의 장점도 얻었다. <뷰티풀 마인드>로 이름을 알린 론 하워드 감독은 19세기 초 미국 포경산업을 둘러싼 (지금으로서는 잘 알기 힘든) 복잡한 힘의 관계를 토마스의 보이스 오버를 통해 빠르게 정리해냄으로써 영화의 온전한 분량을 바다에서 벌이는 선원들의 사투에 집중시킨다. ‘해양 어드벤처’라는 카피 그대로 영화는 파도에 울렁이는 배의 움직임을 멀미가 날 정도로 생생하게 담아내며 물속과 물 밖을 정신없이 오간다. 여기에 망망대해를 보여주는 익스트림 롱숏과 선원들의 얼굴에 내려앉은 바다 내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교차해 사용함으로써 단순한 서사에 리듬감을 더한다.
일견 <라이프 오브 파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상업어업의 폐해를 파헤친 다큐멘터리 <리바이어던>(2012)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듯 보인다. 실제로 포획한 고래를 조각내 해체하는 몇몇 장면은 피비린내 가득한 <리바이어던>의 숏들과 똑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