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리를 하다가 출간된 지 몇달 지난 로버트 그루딘의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을 ‘발굴’해 읽기 시작했다. “범죄 가운데 가장 만연하고 많이 재발하면서도 좀처럼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 근거 없는 헐뜯기, 즉 중상이라는 달콤하고 사교적인 공격이다.” 중상의 세 가지 기본조건은 이렇다. “(1)헐뜯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겉으로는 친구이고, (2)듣는 사람은 대체로 그 내용과 말한 이를 피해자에게 드러내기를 꺼리며, 역설적이지만 (3)헐뜯는 사람과 그 피해자가 겉으로는 친하다.”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에는 관계와 시간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이 많다. ‘자신’과 ‘타인’이라는 두 단어에 대해 말하며 시간 속 정체성의 범위를 설명하는 대목도 그래서 생각해볼 만하다. 우리의 과거와 미래 가운데 우리가 인정하고 자신의 측면으로 적극적으로 대하는 범위는 얼마나 될까. 너무 어렵게 들린다면 이렇게 설명하겠다. “한때 폭력 범죄를 저질렀던 중년 남자는 그것을 젊음의 치기였다고 넘겨버리지만, 그래도 그것은 옛 정체성의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닌다. 나이가 들어 쇠약해진 전 챔피언은 자신과 과거를 애틋하게 동일시하지만, 그래도 과거로부터 영영 추방당했다고 느낀다.” 올해 읽은 산문집 중 가장 멋지다. 너무 늦게 발견해서 미안할 정도로.
[도서] 중상이라는 달콤하고 사교적인 공격
글
이다혜
2015-12-03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 로버트 그루딘 지음 / 경당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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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중상이라는 달콤하고 사교적인 공격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