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배우들을 끔찍이 아낀다”는 충무로의 공통된 평가대로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는 자신의 배우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다. 배우들이 입는 옷부터 촬영 순서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두고 이소영 대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스타일리스트나 홍보사 직원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배우들이 이제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고, 덕분에 회사가 성장해 다른 사업에 관심을 돌릴 법도 한데, 예나 지금이나 이소영 대표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자신의 배우와 회사 직원들이 연기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회사가 설립된 지 벌써 10년이나 됐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앞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웃음)

-소속 배우 11명을 한자리에 모을 생각을 한 계기가 있나.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잠시 쉬고 있는 배우도 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배우가 있는가 하면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배우도 있다. 모두에게 회사가 10년이 됐고, 그동안 함께해서 영광이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저마다 바쁜 까닭에 모든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사진 찍는 걸 보니 뿌듯하고, 울컥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스타를 배우로 만드는 것이 아닌 배우를 스타로 만드는 게 사람엔터테인먼트의 모토’라고 강조한 적 있다. 최근 소속 배우들이 스타가 되거나 과거에 비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는데, 이런 변화에 맞춰 매니지먼트사의 전략도 바뀌었을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소속 배우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예상을 하지 못한 채 일을 해왔다. 제품 마케터였던 내가 매니지먼트사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한번도 기대한 적이 없다. 올해는 배우들이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식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배우를 영입해 회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함께하고 있는 배우들이 좀더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인 것 같았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됐다.

-과거에 비해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는 것도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배우와 매니저가 만나는 것도 타이밍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잖나. 과거에는 시나리오 한편을 귀하게 받았다. 점점 시나리오가 늘어나게 된 건 상대방이 그만큼 나를 편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최근 배우의 수가 늘어나고 회사가 커지면서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져 시나리오는 박경원 제작이사에게 맡기는 시스템으로 재편했다. 그가 먼저 읽은 뒤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말이다.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지금도 하고 있다. (웃음) 이 업을 하고 있는 게 맞나, 이 업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게 맞나, 매번 그런 시험에 든다. 물론 지금은 고민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직업정신을 갖췄지만 말이다.

-배우들이 안 좋게 떠난 경우도 있었을 거다. 그때는 상처를 많이 받았을 텐데.

=나를 떠난 상대방을 불만족스러워하고 원망하진 않는다. 그것 역시 내가 선택한 거니까. 그런 생각은 든다. ‘소중한 시간을 그들에게 투자한 게 맞는가. 시간을 나한테 썼다면 내가 가진 기술과 능력을 좀더 극대화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내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후회감이 들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 훈련이 됐고, 덕분에 매니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점점 더 신중해지기도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경험을 통해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셈이다.

=그들과 여전히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또 협업도 해야 하는 사이니 남을 원망하게 되면 상처받고, 병들게 된다. 좀더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마치 시험문제의 오답풀이를 하듯이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함께하고 있는 배우들은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 스스로 감동받고, 울컥하는 성격으로 알고 있는데. (웃음)

=올해 들어 가장 보람을 느낀 것은 배우들 대신 회사 직원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배우들 걱정은 이제 하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반면, 직원들이 현장에서 실수하는 걸 보면서 이 친구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올해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배우들의 세세한 것들까지 일일이 챙기기로 유명하다. 그렇게까지 신경써야 하는 이유가 뭔가.

=우리는 속칭 뜰 만한 배우를 데리고 있는 회사가 아니다. 배우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면서 거기에 맞는 시스템을 꾸리는 다른 회사와 달리 배우 한명, 한명 공들여야 한다. 요즘은 다른 회사 방식도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거나 회사를 운영하면서 중요한 건 배우들이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먹고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새로운 배우가 회사에 들어오면 스타까지는 안 되더라도 연기로 밥을 먹고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내 목표였다. 그래서 스타보다 배우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모토를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까지 신경쓰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

=너무 힘들다. 하지만 요즘은 배우들이 많이 도와준다. ‘대표님, 올해는 이 정도까지만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양보해주고. 덕분에 직원들까지 신경쓸 수 있게 됐다. 굉장히 많은 동지를 얻었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배우들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데, 서로 상대적 박탈감이나 질투심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소속 배우들이 ‘회사의 이런 대우가 섭섭하다, 섭섭하지 않다’라고 생각할 만큼 아마추어라고 생각지 않는다. 최근 스타 마케팅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서 회사 시스템 안에서 배우를 영입하고, 직원들이 배우가 가진 능력을 가지고 마케팅하는 전략으로 바꾸었다. 배우들은 자신이 원하고 할 수 있는 선까지 열심히 하고, 회사는 다른 사업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배우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 된다. 그게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배우 관리뿐만 아니라 <점쟁이들>(2011), <분노의 윤리학>(2012)을 공동 제작하기도 했다. 배우 한명 관리하기도 벅찬데 제작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배우 매니지먼트사는 영화 제작과 별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지만, 제작을 해보니 영화 한편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잘 알게 됐다. 감독과 배우가 각각 가진 생각이 만나 영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제작자의 마음이 되어보니 배우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 많은 공부가 됐다. 혼자서 제작을 하지 않고 파트너인 다세포클럽 장원석 대표의 도움을 받았던 것도 아직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작을 계속할 계획인가.

=그렇다. <점쟁이들> 끝나기 전에 판타지 사극 영화를 준비한 게 있는데 지금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하고 있다. 박경원 제작이사가 회사에서 기획개발하고 있는 아이템도 있고.

-새로 영입하고 싶은 배우는 없나.

=있다. 누구냐고? 영입하고 싶다고 해서 영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웃음) 인연이 된다면 함께할 수 있겠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여러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년 1월쯤 소속 배우들의 대표작을 모아 상영회를 열 계획이다. 팬들을 모셔 관객과의 대화 자리도 마련하고. 네이버 온라인 기부포털인 해피빈과 함께 달력을 제작한다. 달력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기부할 계획이다. 배우들의 개인 소장품을 모아 경매 행사도 연다. 벌써부터 흥분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