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에서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했던 <새록세록: 비싼 월세가 답답하고 고장난 집이 서글픈 세입자들의 기록으로 만든 안내서>라는 책이 있다(한국여성민우회의 후원자로, 재인쇄 후원금 5천원을 내면 받을 수 있다). 여성 세입자들을 위한 집 구하기 가이드 북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인데, 나는 독립한 직후에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집 구하기 관련 체크리스트가 제법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었는데, 이번에 <새록세록…>을 바탕으로 한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가 나왔다. 이 역시 한국여성민우회에서 낸 책으로, ‘생활의 발견’이라는 시리즈 중 한권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궁금한 것들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다. 집을 구할 때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자신의 수입 규모에 맞는 대출 액수는 얼마일까? 주택 유형, 크기, 지역, 가격 중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집을 보러다닐 때, 공인중개사의 말에 혹해서 자신의 조건과 안 맞는 집을 충동적으로 계약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기부등본은 어떻게 보는 것일까. 이사 30일 전, 7일 전, 3일 전, 하루 전, 당일에 각각 잊지 말고 챙겨야 할 것들은?
집을 구하는 데 드는 돈은, 살면서 쓰는 어떤 돈보다 목돈이기 마련이다. 집을 사는 게 아니어도 목돈 들기는 마찬가지여서, 전세든 월세든, 결국 수입의 큰 부분을 털어넣어 고심 끝에 집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남의 집에 살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시시콜콜한 집수리 문제를 비롯해서 보증금 반환 문제로 골치 썩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내 돈으로 얻은 집이지만 이 집은 남의 집이기 때문. 이른바 ‘집 없는 설움’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 경험이라지만, 경험을 처음부터 갖출 도리가 없으니 책을 뒤적이는 것이다.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는 실제로 집 관련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소개하고 관련 해법을 제시하는 식인데, 당장 집을 구할 일이 없다 하더라도 ‘부록’ 부분에 주목할 것. 수압이 좋지 않을 때 혹시 해결 방법이 있는지, 곰팡이가 심하거나 단열이 안 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적혀 있다. 지금 사는 집이 방음 때문에 고민인데, 다음 집을 구할 때 방음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까봐 걱정이라면 그에 대한 조언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오피스텔 건물은 가벽인 경우 방음이 안 되는 일이 많은데, 가벽 여부를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 그런데 남의 집에 사는 것도 장점이 있기는 하더라. 아무리 좋지 않은 집이라 해도 1~2년이 지나면 다른 집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 몇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대출빚, 결로나 곰팡이, 윗집과의 소음 관련 갈등을 다 참는 능력은 집주인들이 으뜸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