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의 하루는 말 그대로 사람 돌게 만드는 일로 가득하다. 일의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채 덜컥 취재 현장에 내던져지고, 당연히 밥 챙겨 먹을 시간과 정신도 없으며, 녹초가 돼 사무실로 돌아가면 그곳엔 아이템 하나 제대로 못 물어오냐고 쥐잡듯이 부려대는 상사가 있다. 바로 부장기자 하재관(정재영)이다. 하지만 그 기세에 짓눌릴 시간은 더더욱 없다. 도라희는 씩씩하게 견뎌내고 하재관 부장은 내심 도라희가 기특한 후배라고 생각하게 된다. 조금씩 일에 적응이 되고 나니 도라희의 눈에도 업계의 생리가 들어오고, 코엔 슬슬 특종의 냄새가 흘러든다.
막 신문사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의 고군분투기를 보게 될 거란 예상은 얼마 못 가 깨진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가 정말로 주목하고 싶었던 지점은 기자라는 직업군에 속한 이들의 딜레마다. 영화는 황색 저널리즘이란 비판과 조롱 속에도 사람과 삶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치사한 술수와 눈속임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특종을 잡아내야만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비애, 누군가는 ‘기레기’라 폄하할지 몰라도 나름대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중이라는 자부심 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 의도가 효과적으로 전달된 것 같진 않다. 그러긴커녕 일부 기자가 왜 ‘기레기’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지만을 새삼스레 깨닫게할 뿐이다. 내 밥그릇 지키려고 남 밥그릇 뒤엎어버리는 행동에 누가 얼마나 진심어린 연민을 품을 수 있을까.
캐릭터와 서사에도 허영이 가득하다. 신입인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취재력을 보여주는 도라희는 먼치킨(Munchkin)이자 히어로이고, 유일한 악역인 매니지먼트사의 장 대표(진경)는 유치할 정도로 단순하게 꾸며졌다(아무리 영화라지만 세상에 이렇게 멍청한 매니지먼트사 대표가 있을 수 있나!). 심지어 그의 피상적이기 짝이 없는 음모를 도라희 말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지나치게 무책임한 전개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처럼 활용되는 네티즌과 인터넷을 영웅화한 엔딩은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무성의한 시나리오 가운데서도 화룡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