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영화의 아성을 허물듯이 세를 넓혀가고 있는 2010년대, <BBC>가 공개한 드라마 <셜록>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걸출한 배우를 지구에 알리며 영향력을 불렸다. 빅토리아 시대의 원작을 21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고스란히 재현한 이 시리즈는, 컴버배치의 셜록과 마틴 프리먼의 왓슨이 선사하는 호흡(둘의 사랑을 목격하겠다는 동인녀들의 의지!)을 동력 삼아 동시대 드라마 시리즈의 꼭대기에 우뚝 섰다. 새로운 시즌을 만나기까지 2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전세계의 셜록 팬들은 2016년을 시작하며 나이를 다시 두살 먹었다는 사실도 잠시 잊은 채 <셜록: 유령신부>를 보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을 것이다. 그들에게 <셜록>의 모든 걸 집대성한 책 <셜록: 크로니클> 한글판을 권한다.
1.2kg이 넘는 무게를 자랑하는 <셜록: 크로니클>은 연대기라는 이름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큼 독자들이 상상할 만한 모든 자료를 담고 있다. 페이지를 가득 채운 데이터의 값으로만 따져도 지지난해 나왔던 <셜록: 케이스북>의 다섯배에 달한다고. 드라마는 현대의 셜록만을 그리지만, 이번 책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부터 거슬러 올라가 현재까지 이르는 세세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닥터 후> <미스핏츠> <토치우드> 등 수많은 영국 TV드라마를 책으로 엮은 편집자 스티브 트라이브가 제작 전반에 참여한 <셜록: 크로니클>은 <셜록>의 첫 아이디어가 오간 제작진의 메일, 제작 총괄 프로듀서가 밝히는 캐스팅 과정,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틴 프리먼의 미공개 인터뷰 등 고급 정보들이 빼곡하게 담겼다. 두 배우를 비롯한 조연들의 필모그래피, 촬영현장 풍경들, 삭제된 장면의 시나리오 역시 팬들의 구미를 강력하게 끌어당길 구성이다.
스티브 트라이브는 편집 후기에서, 캡처 이미지를 써서 현장감을 살린 <셜록: 케이스북>은 <셜록>을 정주행 중이거나 예정인 친구에게 선물하기를, 따로 촬영한 스틸 이미지가 채워진 <셜록: 크로니클>은 다음 시즌을 학수고대할 자기 자신을 위해 구입하기를 뻔뻔하게 권한다. 이제 <셜록: 유령신부>를 만날 날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탐정의 모든 것
난 단정한 올백 머리에 끌렸지만, 파일럿에서 온갖 형태의 머리 모양을 시도한 결과 흥분으로 들뜬 듯한 부스스한 곱슬머리로 정했습니다.(45쪽)
‘저녁은?, ’‘배고파 죽겠어’, ‘좋은 중국 식당이…’ . 그것이야말로 21세기적이고, 독신남들을 잘 표현했으며, 매우 일상적입니다. 에피소드의 말미에 가서야 얻은 것이라 시청자 여러분은 두 사람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서로를 도울 것이라는 것을 믿을 겁니다.(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