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소설가 리안 모리아티는 장년의 평범한 주부들이 믿기 어려운 곤경에 처하게 되며 휘말리는 사건의 소용돌이를 그려낸 근작들을 통해 당대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하는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마흔을 눈앞에 둔 중산층 주부 앨리스는 피트니스 수업에서 머리를 부딪혀 스물아홉살의 기억을 안고 깨어나고(<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2010)), 세 여자아이를 키우며 날마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세실리아는 옛 여행 때 주워온 기념품을 찾으러 올라간 다락방에서 남편이 쓴 낡은 편지를 읽고 거대한 좌절에 휩싸인다(<허즈번드 시크릿>(2013)). 최신작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2014)에서는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려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다짜고짜 살인사건 현장에서 시작한다. 이 오프닝에는 살해를 저지른 자는 물론 살해당한 자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 전으로 돌아가 두개의 미스터리를 차근차근 펼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각자 다른 처지의 세 여자가 있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로 반년이 멀다 하고 이사를 다니는 싱글맘 제인, 재혼했지만 전남편과 한동네에 살게 된 매들린, 겉으론 완벽한 가정을 꾸린 것 같지만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셀레스트. 셋은 예비 초등학교 설명회에서 만나, 제인의 아들 지기가 여자애의 목을 졸랐다는 의심을 받지만 매들린과 셀레스트가 지기를 믿어주면서 가까워진다. 이쯤되면 싱글맘에게 향하는 차별적인 시선을 비판하고, 저마다 상처를 안은 여자들이 연대하는 건전한 이야기를 그려봄직하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살인의 전말이 벗겨질수록 표지 속 커다란 막대사탕의 형상처럼 무참히 산산조각난다.
작가의 어마어마한 인기를 증명하듯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출간되자마자 드라마화가 결정됐다.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이 출연할 뿐만 아니라 함께 제작까지 맡아 더욱 화제를 모았다. 내년에 <HBO>를 통해 8부작 미니시리즈로 방영될 드라마는 <앨리 맥빌>의 데이비드 E. 켈리의 각본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와일드>의 장 마크 발레의 연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위태로운 인물들이 펼치는 미스터리
엄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드리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오드리 같았다. 하나같이 길고 검은 드레스를 입고 하얀 장갑을 끼고 목에 착 달라붙는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으니까. 반면에 아빠들은 모두 말년의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경의를 표하기로 한 게 분명했다. 하나같이 반짝이는 흰색 점프슈트를 입고 화려한 보석을 달고 옷깃을 잔뜩 세우고 있었으니까. 엄마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불쌍하게도 아빠들은 모두 완벽하게 바보처럼 보였다.(11쪽)
난 남편을 달래려고 노력해요. 꼭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살금살금 걷는 거예요. 하지만 그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해요. 왜 조심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조심하지 않아요. 살얼음판 위에서 발을 쾅쾅 굴러요. 내가 일부러 남편 화를 돋우는 거예요. 그 남자한테 화가 나서, 조심해야 하는 나한테 화가 나서요. 그럼 또다시 시작하는 거예요.(2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