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한 노인 강만(최종원)은 성격 탓에 반겨주는 이도 없이 술과 낡은 자전거를 벗 삼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집 나간 아들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손자 풍도(박민상)가 나타난다. 강만은 거둬줄 수 없다며 풍도를 거부하지만, 당돌하고 뻔뻔한 풍도는 보육원에 가지 않기 위해 강만을 조르고 강짜를 부려가며 그의 곁에 남는다. 강만은 풍도의 넉살과 싹싹함에 점차 마음을 열어가고, 란제리 판매상 복만, 다방 레지 미자 등 마을 사람들과도 가까워진다. 즐거운 나날도 잠시, 강만은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고, 마을 사람들과 풍도는 마지막까지 그와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간다.
시한부 할아버지와 손자가 애틋한 정을 나누는 휴먼 드라마다. 전형적인 서사의 얼개를 갖춘 참으로 ‘착한’ 영화인데, 문제는 착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올드한 톤과 전형적 캐릭터들 그리고 과장되고 작위적인 연기는 마치 오래된 TV 단막극을 보는 듯하다. ‘화이트아웃’이나 ‘와이프’ 등 근래엔 잘 사용되지 않는 편집기법도 올드함에 일조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연극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다. 괴팍한 할아버지, 당돌한 손자, 발랄한 다방 레지, 그녀에게 추근거리는 동네 아저씨 모두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의 전형을 최대한 과장하는 방식으로 연기한다. 손자 역 배우의 애어른 같은 연기는 특히나 사실감 없이 연극적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등장하는 ‘시한부’ 클리셰와 신파적 클라이맥스는 그 전형성에 방점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