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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효과 너머에 있는 이들의 삶을 생각해주길”
윤혜지 2015-11-12

크로스컷 아시아 초청 멘토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 인터뷰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

도쿄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진흥을 바라며 지난해 신설한 크로스컷 아시아 섹션의 두 번째 초대국은 필리핀이다. ‘열풍! 필리핀’을 주제로 초청된 멘토는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이다. 브리얀테 멘도사는 전작인 <입양아>(2007), <서비스>(2008), <할머니>(2009), <자궁>(2012), 그리고 신작 <덫>을 들고 도쿄를 방문했다. <덫>은 2013년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타클로반을 휩쓸고 지나간 뒤 남겨진 사람들의 자립과 극복을 그린 영화다. 크로스컷 아시아 섹션에 초대된 나머지 5편 중 2편의 영화도 브리얀테 멘도사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크로스컷 아시아의 초청 멘토로서 소감이 어떤가.

=물론 아주 기쁘다. 나는 어디든 내 영화를 상영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일본 관객을 향한 필리핀영화 쇼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이시자카 겐지 아시아영화 프로그램 디렉터가 프로그램을 제의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날 만나고 갔다.

-촬영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라 들었다. <덫>의 촬영기간은 얼마나 되나.

=15일. (웃음) 하지만 <덫>의 경우 실제 있었던 일을 극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촬영 전에 아주 긴 취재와 인터뷰를 거쳐야 했다. 피해자들과 망가진 도시를 충분히 조사하고 나서야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다.

-<덫>은 당신의 과거 작품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다르다. 다큐멘터리적인 접근방식을 취하며 대상에 진중하게 다가간다.

=내용에 맞는 형식을 택할 뿐이다. 평소 나는 사실적인 촬영을 선호하지만 <덫>은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오히려 더 극영화로 접근하고 싶었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포커스를 맞췄다. 주요 인물들은 모두 전문배우이지만 실제 그 상황에 놓인 것처럼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쓰나미 시퀀스는 마닐라의 한 특수효과팀을 불러들여 작업했다.

-예산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으음…. 특수효과 너머에 있는 이들의 삶을 먼저 생각해주길 바란다. (웃음) 예산이 많고 적은 건 상관없다. 이 경우는 특수효과 때문에 예산이 좀더 든 게 사실이지만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어도 얼마든지 좋은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 기술과 자본 너머에 있는 콘텐츠를 봐주길 바란다.

-당신의 영화엔 종종 종교적 은유가 엿보인다. 특히 <덫>의 경우 거대한 힘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의 삶을 그렸다.

=맞다. 인간이 자연재해를 앞두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단지 그 재해로 인생이 뒤바뀌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전작들은 섹슈얼리티와 같이 개인사에 집중한 편이었는데, 점차 더 큰 세계의 이슈를 향하는 것 같다.

=꼭 거창한 주제를 다루려 했던 건 아니다. 어떤 것을 다루든 그 주제는 사회로 통하게 될 것이다.

-최근 필리핀영화의 상황은 어떤가.

=젊은 독립영화인들은 크게 두 가지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디지털 기술.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영화제작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기술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그들은 세계 곳곳의 영화제를 방문하고 싶어 한다.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고 세계로 나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어 한다.

-그건 배급 라인을 모색하기 위해서이기도 한가.

=그렇다. 하지만 배급에 난항을 겪는 게 꼭 필리핀 독립영화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생각한다. 관객을 만나기 쉽지 않은 영화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멈추지 않는 것이다. 관객은 영화의 일부다. 극장이든, 학교든, 기관이든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나는 내 작품을 스스로 제작한 지 꽤 됐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감독들에게 자기 영화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상영할 때에 배급사와 권리를 나누기도 해야 할 테니 그 부분을 잘 정리해둬야 한다.

-그렇다면 필리핀영화에 무엇보다 필요한 건 제도의 개선인가 혹은 다른 어떤 것인가.

=우린 필리핀 영화산업에서도 작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제도가 나아진다 해도 큰 변화를 겪진 않을 거다.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며 천천히 조각을 맞춰갈 수밖에 없다. 바라건대 어떤 식으로든 꾸준한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 프로젝트는 뭔가.

=삼류 마약상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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