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거 아닐까. 최근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들을 들으며 설명하기 힘든 묘한 답답함을 느껴왔는데 올리버 헬덴스의 이 곡을 듣고 그 응어리가 시원하게 풀렸다. 속이 다 후련하다. 가슴이 뻥 뚫린다.
요즘 계속 느껴오던 그 답답함이란 바로 ‘에너지의 부족’이었다. 최근의 일렉트로닉 댄스 경향은 ‘탈EDM’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해 자극적인 에너지만 키우는 것을 넘어 오래 들을 수 있는 작품성 있는 예술을 하자는 것이었다. 유독 보컬 콜라보와 멜로디를 강조한 디스클로저와 아비치의 행보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시도도 반복되다 보니 이젠 클럽 특유의 강력한 베이스 사운드와 정신 못 차릴 화려한 그루브가 그리워진다. 그냥 댄스 팝 앨범을 듣는 것 같았던 아비치의 이번 앨범을 듣고는 그런 배고픔이 더 커진 상태였다.
그런데 올리버 헬덴스의 《MHATLP》는 두 대척점 사이 훌륭한 접점을 찾아냈다. 지겨울 정도로 오래 들어온 몬스터 EDM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프트한 라디오 팝도 아니다. EDM의 대항마인 정글의 하드함을 탑재하고도 빠르기는 클럽 음악의 평균적인 속도인 128 BPM에 머물렀다. ‘하드코어’로는 안 나갔다는 얘기다. 시원하다! 정말이지 이런 음악을 기다렸다. 화끈하게 놀 수 있으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음악이 필요했다. 올리버 헬덴스가 얼마나 재능 있는 뮤지션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올해 최고의 곡 중 하나다. 끝으로, <MHATLP>는 다 훌의 고전 <Meet Her at the Love Parade>를 리믹스한 곡이며 ‘하이-로’는 올리버 헬덴스의 프로젝트 예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