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택시 운전사가 돼 돌아왔다. 감독이 직접 택시를 몰며 다양한 승객들을 만난다. 제일 먼저 택시에 오른 두명의 손님은 사형 집행 등 이란 사회의 법제도와 그 적용에 대해 치열하게 언쟁한다. 다음 손님은 자신은 비디오 대여업자로 자신과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이란 사람들은 외국영화를 볼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감독의 택시에는 감독의 친조카인 초등학생 하나도 오른다. 조카는 배급이 가능한 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자신의 디지털카메라로 삼촌을 찍는다. 택시의 대시보드에 설치된 고정 카메라가 한정된 택시의 공간을 비춘다. 이 카메라는 때론 택시 너머의 바깥세상을 지켜보는 관찰자적 시점으로도 활용된다. 조카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중간중간 고정 카메라를 대신해 영화의 눈이 되기도 한다. <택시>는 얼핏 보면 다큐멘터리인가 싶지만 정교하게 짜인 극영화 안에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들을 넣은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감독은 이란 사회가 당면한 정치적, 법률적 한계, 정부의 탄압이 빚는 부조리함, 삶과 죽음에 대한 이란 사람들의 신념 등을 직설적으로 전하고 풍자적으로 은유한다. 무엇보다도 그가 이 작품을 이란에서의 창작 활동을 20년간 금지한다는 이란 정부의 탄압 속에서 완성했다는 점에서 영화가 전하는 의미는 더 깊어진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며 영화예술을 향한 감독의 끈질긴 애정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