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킹: 손오공의 탄생>(2014)이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웠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게 불과 1년 전인데, 올해 여름 개봉한 <몬스터 헌트>(2015)는 더 난리가 났다. 자세한 기록과 내용은 이번호 특집을 참조해주기 바란다. 중국 영화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여러모로 산업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또한 한국 감독들의 중국 진출,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 그리고 한•중 합작영화의 다변화 등 충무로의 현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에 중국영화의 현재를 다루는 특집은 이번호부터 1030호까지 <씨네21>의 흙수저 김성훈 기자의 지휘 아래 무려 3회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최근 중국영화가 도대체 얼마나 달라졌기에 그러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이번호 전체 잡지를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느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전히 홍콩 감독들이 현재 중국 상업영화의 크리에이티브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몽키킹: 손오공의 탄생>의 소이청, <몬스터 헌트>의 라맨 허처럼 신진 감독들도 홍콩 출신이고 <타이거 마운틴>(2014)의 서극, <디어리스트>(2014)의 진가신도 자회사의 베이징지사를 일찌감치 꾸려온 감독들이다. 성룡과 홍금보는 이미 대륙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거대 영화그룹을 꿈꾸는 알리바바픽처스가 제일 먼저 영입에 나선 감독도 바로 왕가위와 주성치다. 사실 그런 영화들에서 만나게 되는 배우들 또한 양조위, 유덕화, 주윤발, 곽부성, 견자단 등이라 홍콩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그 생명연장의 꿈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중국과 홍콩의 관계다. 허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2012)에서는 홍콩의 영화제작자 로저(유덕화)가 동료 감독들과 함께(서극, 홍금보 감독의 우정출연) 영화에 대해 잘 모르고 돈만 많은 중국 갑부 제작자를 거의 속이다시피해서 투자를 끌어내는 장면이 있다. 양쪽의 썩 좋지 않은 관계나 긴장을 드러내는 순간은 더 있다. 가령 두기봉의 <마약전쟁>(2012)에서 대륙 조직원들과 만난 홍콩 삼합회 조직원들은 양꼬치앤 칭타오가 싫어서 “우리는 따로 마실게요”라고 자리를 빠져나와서는 와인을 마신다. 또 왕가위의 <일대종사>(2013)에서 남쪽 엽문(양조위) 주변의 고수들은 하나같이 사람 좋은 동네 형 분위기인 데 반해, 북쪽 궁이(장쯔이)의 주변에는 ‘그냥 시집이나 갈 것이지’ 라는 못된 고수들만 그득하다. 그럼에도 그 궁이가 굳이 홍콩을 떠나 고향인 동북 지역으로 떠나려 한 이유는 바로 광둥 지방의 무더위 때문이었다. 홍콩에서는 1년 내내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북쪽의 눈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특집 인터뷰 중 라맨 허 감독도 자신의 베이징어 실력이 능숙하지 못한 것을 따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처럼 지난 몇년간의 홍콩영화들만 살펴봐도 여전히 중국과 홍콩 사이에는 묘한 긴장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중국 대륙 관객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는 장면들을 여전히 목격할 수 있었고, 급기야 홍콩의 우산시위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요한 것은 예술과 산업의 경계 위에서 자본은 역시나 창의적인 콘텐츠를 따라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중국 영화산업의 겉과 속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대전환의 타이밍이 바로 올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두번의 특집과 함께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