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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3D의 입체감 위해 오케스트라처럼 접근했다”
문동명 2015-10-29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스티브 마티노 감독, 성지연 조명감독

스티브 마티노 감독과 성지연 조명감독(왼쪽부터).

빈스 과랄디의 느슨한 재즈가 걸맞은 특유의 단조로운 세계 때문이었을까? 20세기의 고전 애니메이션들이 속속 3D로 재현되는 와중에도 찰스 슐츠의 <피너츠> 3D는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지만 곧 기다림은 끝난다. 작품 탄생 65주년을 맞는 올해 12월, <아이스 에이지>와 <리오> 시리즈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가 제작한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출은 <호튼>(2008), <아이스 에이지4: 대륙이동설>(2012)의 스티브 마티노가 맡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변치 않는 우정을 그리고 싶었다”는 그의 말은, 감독의 전작들이 지녔던 미덕이 갖가지 캐릭터들이 나누는 우정을 구현하는 데에서 비롯됨을 떠올리게 한다. 원작자 찰스 슐츠가 <피너츠>를 통해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뿐만 아니라 라이너스, 루시, 샐리, 페퍼민트 패티, 마시, 픽펜, 우드스톡 등 많은 캐릭터들에게 고유의 생명을 불어넣었기에 스티브 마티노의 연출이 더없이 반가운 지점이다. 작품을 선보이기에 앞서 이달 중순 한국을 찾아 대학생 강연회, 프레스 쇼케이스, 자선경매 등의 일정을 소화한 스티브 마티노 감독과 성지연 조명감독을 만나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이번 작품은 올해로 65년 된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기획 단계에서 요즘 세대에 어필하기 위해 무엇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나.

=스티브 마티노_나처럼 오랜 팬이 있는가 하면, 요즘 아이들은 원작 자체를 잘 모르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세대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편영화’를 만드는 데에 목표를 뒀다. 원작자 찰스 슐츠의 아들 크레이그, 손자 브라이언이 담당한 시나리오는, 찰스가 연재했던 단편들을 연결하기보다는 하나의 독립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주는 데 중점을 뒀다. 물론 그러면서도 캐릭터 고유의 성격은 전혀 변화시키지 않아,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피너츠> 연재물의 대부분은 색이 없었다.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의 컬러는 어떻게 정해졌나.

=성지연_크리스마스나 핼러윈 같은 시즌에 특별히 컬러 버전이 들어갈 때가 있었는데 그걸 참고했다. 찰스 슐츠는 원색, 특히 빨간색을 많이 썼다. 너무 2D 같지 않게 채도를 조절하긴 했지만 결국 찰스 슐츠의 원본에 영감을 받아 색깔의 세부를 정했다.

-2D만화를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스티브 마티노_찰스 슐츠가 잉크와 붓을 썼듯, 우리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원작의 그림이 주는 느낌에 현대 기술로 구현한 질감이나 조명을 더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찰리 브라운이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스누피가 어깨를 두드려주는 장면이 있다. 스누피가 손을 올려 그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면서 찰리 브라운의 옷을 만졌을 때의 푹신한 질감을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달할 수 있었다.

-3D의 입체감은 어떻게 활용했나.

=스티브 마티노_3D의 입체감을 주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한 크레센도가 있기 위해서는 조용하고 작게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찰리 브라운이 나오는 장면은 스크린이 우리가 영화를 들여다보는 창임을 염두에 두고 그 안의 공간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스누피의 꿈 장면이 나오면서 3D의 스케일이 더 방대해진다. 그의 상상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그걸 반영해 꿈속 스누피와 레드 바론의 액션에 보다 큰 입체감을 주도록 노력했다.

성지연_조명부서에서 하늘 디자인을 같이 한다. 꿈 장면은 구름도 하얀색이고 스누피도 하얀색이지만 스누피쪽이 더 뚜렷하게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평소 현실 세계라면 구름의 위치를 바꾸는 기술을 쓸 텐데 스누피는 날아다니기 때문에 구름과 겹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스누피가 날아다닐 때 카메라가 바뀌는데, 그럴 때마다 스누피의 얼굴 각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잘 안 되어서 힘들었다.

-눈에 띄진 않지만 의외로 수고가 많이 든 부분도 있었을 텐데.

=성지연_눈 디자인을 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 모든 감정표현은 눈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리오>나 <에픽: 숲속의 전설> 같은 작품 속의 눈은 만화영화 주인공이더라도 실제 사람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흔히 눈에 비치는 상이 있는데 그걸 그대로 비치게 하면 실사영화처럼 보일 것 같아 고민 끝에 결국 하얀 점만 살리는 심플한 방향을 택했다.

-원작의 전통을 계승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였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작품 속에서 스티브 마티노만의 인장이 있다면.

=스티브 마티노_아무래도 조명이 아닐까? 조명을 통해서 정서적인 면을 훨씬 부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미술감독 출신이기 때문에 특정한 사물들이 주는 질감이나 디테일이 주는 구성을 중시한다. 조명은 <피너츠> 만화에 없던 걸 새롭게 도입하는 거라 남다른 쾌감이 있었다. 스튜디오의 성지연 라이팅 디렉터의 조력으로 감정에 주력할 수 있었다.

-상에 드리운 그림자나 색깔의 미묘한 차이가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만의 인상을 좌우하는 것 같다. 조명을 적용하는 방침은 무엇이었나.

=성지연_심플함을 놓치지 않는 것. 사실 심플한 게 구현하기 훨씬 힘들다. <리오>의 경우, 캐릭터에 털이 많고 카메라도 빨리빨리 움직여야 해서 실수가 있더라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는 약간만 실수를 해도 금방 보인다. 스누피가 하얀색이고 한 군데도 갈라지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연결돼서 티를 감출 수 있는 구석이 없다. 또한 같은 하얀색이라도 각자 떠올리는 톤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가 작업한 다음 컷으로 옮기면 아예 다른 하얀색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조명은 자연스럽다고 해서 잘했다는 얘기를 듣지는 않는다. 대신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순간 바로 이상하다고 여긴다.

-가장 재미있게 작업한 대목이 있다면.

=성지연_체육관에서의 댄스파티 신이 재미있었다. 조명부서는 오디오를 듣는 일이 거의 없는데, 그 신에서는 모두 헤드폰을 끼고 음악에 맞춰 스포트라이트를 애니메이션해야 했다. 수많은 빛을 하나하나 직접 움직여야 해서 업무는 늘었지만, 끝내놓고 한결 뿌듯했다.

-만들면서 수없이 찰스 슐츠를 떠올렸을 것이다. 드디어 영화를 세상에 내놓는 소감이 어떤가.

=스티브 마티노_살아 있을 때의 찰스 슐츠를 정말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대신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작가를 파악해나갔다. 찰스 슐츠의 작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위대한 유산을 살리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2주 전,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를 완성하고 슐츠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선보였다. 그날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가장 큰 칭찬은 찰스 슐츠와 30년 동안 함께 골프를 쳐왔던 이가 “슐츠씨가 살아 계셨다면 정말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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