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소년 앙리(빅터 안드레 튀르종 트렐레)에겐 어두운 곳에서 빛을 찾아 밝히는 힘이 있다. 주변을 환히 빛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앙리의 마음엔 어둠이 가시지 않는 구석도 존재한다. 사라진 아버지와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생겨난 그 어둠은 조금씩 앙리를 잠식한다. 시간이 흐르고 청년이 된 앙리는 재능을 잘 갈고닦아 조명가게에 취직해 여러 사람을 만난다. 동료 모리스는 대식구를 거느린 푸근한 사람이다. 괴팍한 노인 비노는 과거에 부유한 피클 상인이었다. 그리고 앙리가 한눈에 반한 아리따운 극장 매표원 헬렌은 남모르는 비밀을 갖고 있다. 앙리와 인물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삶을 더욱 밝게 만들어간다.
마르탱 탈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앙리 앙리>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전작 단편들에서도 감독은 꾸준하게 ‘선량한 의지와 믿음의 승리’라는 주제를 견지해왔고, <앙리 앙리>는 이를 더욱 구체적인 미장센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트디렉터 마리 클로드 고슬린은 앙리의 눈에 비친 세계를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그리고 있으며, 음악감독 파트리크 라부아는 손에 잡힐 듯 풍성한 선율의 오케스트라로 그 세계에 부피감을 불어넣는다. 감독은 “자크 드미, 팀 버튼, 웨스 앤더슨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이에 더해 장 피에르 주네식의 전복적인 유머감각도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인물과 공간은 보다 양식적으로 재단돼 있다. 완전한 판타지 속 인물을 그리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기는 하나 ‘선배의 영향’ 이상의 오리지널리티를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는 좀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