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살의>와 <천계살의>는 비슷한 이름을 공유할 뿐 전후편의 관계는 아니다. 두 소설은 각각 ‘신인상 살인사건’, ‘산책하는 사자’라는 이름으로 1973년, 1982년 공개됐다. 다만 유사한 제목을 공유할 만큼의 접점은 분명하다. 둘 모두 독자가 이야기를 읽는 내내 함정을 심어놓아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하는 ‘서술 트릭’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 같은 일본의 대표적 서술 트릭이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쏟아진 것을 감안한다면, 나카마치 신의 <모방살의>를 그 서술 트릭의 시작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모방살의>는 한 자살사건을 두고 두 인물이 수사를 펼치면서 각자가 의심하는 범인을 뒤쫓는다. 두 시점을 열심히 오가던 소설은 문득 4부 ‘진상’에 이르러 “당신은 다음 페이지에 펼쳐질 의외의 결말을 예상하고 있습니까? 여기에서 책을 덮고 결말을 떠올려보십시오” 하고 독자를 멈춰 세운다. 그러곤 전혀 예상치 못한 마지막을 떡하니 드러낸다. <천계살의>는 추리작가가 편집자에게 두명의 작가가 범인과 탐정 역할을 맡아 각자의 이야기를 집필하는 형식의 소설을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다. <모방살의>의 속임수를 경험하고 <천계살의>를 읽어내려가더라도 나카마치 신의 재간에 다시 한번 놀아날 가능성이 크니 바짝 긴장하는 것이 좋겠다. 또 속았다는 허탈함과 이번엔 알아챘다는 만족 모두 작가가 선사하는 극도의 쾌감일 테니까.
나카마치 신은 1960년대 데뷔해 준수한 작품들을 내놓으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지만, 재능에 걸맞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2009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된 건 사후 3년이 되는 해인 1973년 발표된 걸작 <모방살의>가 일본의 대표적인 서점 분쿄도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복간도서’에 선정되면서다. 사실 <모방살의>는 팬들의 요청으로 2004년에도 복간된 적이 있지만, 저조한 판매를 기록하고 절판됐다. 2004년 출간 당시 나카마치 신이 쓴 작가의 말 속, 그간의 곡절 많았던 창작 생활과 아내와의 절절한 사연을 함께 털어놓으며 감개무량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는 모습은 왠지 눈물겹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마지막
‘7월7일 오후 7시의 죽음’과 같은 날, 같은 시에 죽고자 합니다.
그 제목을 붙였을 때는 딱히 그날 죽으려던 마음은 없었습니다만 (…)
초고를 방치해두기 싫어 고쳐 쓴 작품이 유서가 되다니, 참으로 얄궂은 일입니다. (<모방살의>, 261쪽)
남자의 비상식적인 대응에 아스코는 입욕을 포기할까 했지만, 종일 움직인 하루의 때를 씻어내지 않으면 개운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 느긋하게 온천물에 몸을 담글 생각이었는데, 혼욕이란 말 때문에 어수선한 기본으로 입욕하게 되었다. 언제 알몸의 남자가 불쑥 난입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스코는 몸을 씻을 때에도 욕실 문쪽으로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였다.(<천계살의>, 122~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