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주재난영화는 늘 비장하고 어두운 것일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은 이와 같은 반문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아레스 탐사대는 화성에 도착한 지 6일째 되는 날 거대한 모래 폭풍을 만난다. 폭풍 때문에 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실종되고 회오리바람에 우주선이 기울어지면서 자칫하면 지구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 팀장 멜리사 루이스(제시카 채스테인)는 다른 대원들의 목숨까지 위험해지는 상황이 되자 마크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화성을 떠난다. 하지만 마크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며 지구로 돌아갈 방법도 없다. 여기까지는 여느 재난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개다.
하지만 감독은 마크의 절망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대신 그가 생존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집중한다. 가령 영화는 그가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물을 만들고 식물을 재배하는 장면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더불어 스스로를 “우주에서 재배한 무공해 감자”를 먹는 “45억년 만의 유일한 화성인(martian)”이라고 묘사하는 마크의 긍정적인 성격은 영화의 톤을 더없이 따뜻하게 만든다. 물론 마크를 연기하는 맷 데이먼의 우직하고 신뢰감을 주는 얼굴 또한 큰 역할을 담당한다.
영화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마크와 팀원들이 사고 이후 처음 교신하는 장면이다. 양쪽 모두 심적으로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짓궂은 농담만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마크는 짧은 교신을 통해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다. <마션>은 때로 가벼운 유머가 진지한 위로만큼이나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