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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른이 만든 어른을 위한 영화 <인턴>
장영엽 2015-09-23

70대 남자 인턴이 30대 여성 CEO 밑에서 일하게 된다. 이 짧은 줄거리만으로 어떤 영화가 가능할 것인가? 그에 대한 낸시 마이어스의 흥미로운 대답이 바로 <인턴>이다. 수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회사에서 은퇴해 무료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던 벤(로버트 드니로)은 시니어 인턴을 뽑는다는 어느 온라인 회사에 지원한다. 면접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그는 회사의 CEO 줄스(앤 해서웨이)의 인턴으로 채용되는데, 그녀는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폴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벤이 자신을 도울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줄스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벤은 서서히 그녀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사람이 되어간다.

현대 여성의 삶에 대한 고찰과 나이듦에 대한 테마는 낸시 마이어스의 작품에서 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왓 위민 원트> 등의 작품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특히 <인턴>은 집안의 가장으로 나선 유능한 여성이 경험해야 하는 다양한 고충을 예리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일도, 가정도, 사랑도 포기할 수 없지만 무엇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는 삶의 딜레마를 결코 지루하지 않게 담아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섣불리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정말로 필요한 순간에 현명한 조언을 툭 던지는 나이 지긋한 인생 선배는 외로운 커리어우먼의 좋은 단짝이다. “손수건은 누군가에게 건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로버트 드니로의 젠틀맨 연기는 그의 최근작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다. 진짜 어른이 만든, 어른을 위한, 어른스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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