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산만 한 토끼 투는 타이거 수련원의 쿵후 마스터지만 훈련보다 노는 걸 좋아한다. 투 옆을 졸졸 따라다니는 비기는 한시도 쉬지 않고 투에게 훈수를 두는 잔소리꾼이다. 뛰어난 검술에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한 대사부의 딸 피오니가 없었다면 수련원은 투와 비기가 일으키는 소란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투는 숲에서 가면을 쓴 자객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순록 잔을 발견한다. 투는 잔을 수련원으로 피신시키고 이후 잔으로부터 무림불꽃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100년 만의 더위가 찾아오는 이번 여름, 봉인된 무림불꽃을 손에 넣는 자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흡수해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잔을 숨겨주었던 투와 친구들은 무림불꽃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레전드 오브 래빗: 불의 전설>은 2011년에 제작된 중국의 3D애니메이션 <레전드 오브 래빗>의 속편이다. 1편에 비해 화려해진 액션 장면, 한층 풍성하고 섬세해진 묘사 기법은 그간 중국 애니메이션 기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하지만 세련된 그릇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더 필요할 것 같다. 가령 심혈을 기울인 액션 장면의 묘사는 대체로 훌륭하지만 액션 장면 사이사이를 이어주는 서사적 연결고리는 투박한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단 한바탕 시끄럽게 싸우고 난 뒤 싸움의 이유를 간략히 요약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더불어 제작진은 <쿵푸팬더>에서 아이디어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배경 묘사나 그림체 화면의 삽입 등 구체적인 영상작법도 빌려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