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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기 위한 두 남자의 고군분투 <서부전선>
정지혜 2015-09-23

1953년 7월의 서부전선. 남한군 남복(설경구)은 얼떨결에 군의 일급 비밀문서를 관리하게 된다. 한편 북한군 영광(여진구)은 총 한번 쏴본 적 없는 어리바리한 막내 기관총 병사다.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던 두 사람은 전쟁의 폭격 속에서 우왕좌왕이다. 그사이 남복은 비밀문서를 잃어버리고 만다. 문서를 찾아 헤매던 남복은 우연히 마주친 영광이 문서를 들고 있는 걸 보고는 그를 쫓기 시작한다. 어느새 두 사람은 영광의 본부인 북한군의 탱크 안으로 들어가 치고받는다. 남복은 영광을 회유하고, 설득하고, 그러다 안 되면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가며 비밀문서를 내놓으라 한다. 그래야 너도 나도 집에 가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한참 싸우다 잠깐씩 숨을 고를 틈이 생기면 남복은 아내와 이름도 채 짓지 못한 채 두고 온 자식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영광 역시 고향 땅에서 아들 걱정으로 잠 못 이룰 어머니와 애틋한 첫사랑이 사무치게 그립다.

<서부전선>은 군인인 남복과 영광이 우연히 만나 싸우고 미워하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휴먼코믹드라마다.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결코 전쟁의 역사로 인물들을 짓누르지 않는다. 겉으로는 비밀문서 때문에 두 사람이 악다구니를 쓰는 것 같지만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면 비밀문서의 존재는 슬그머니 뒤로 빠진다. 정작 이들은 비밀문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알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의미 없는 종이 쪽지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문서를 찾아 “집에 가자”는 게 남복의 생각이고 그런 남복을 저지해야 자신도 집에 간다는 게 영광의 생각이다. 그러니 중요한 순간마다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묵직하게 전해지는 “집에 가자”는 말은 사랑하는 가족과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과도한) 피로감에 대한 한탄의 말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기계의 오작동이 불러온 둘 사이의 전세 역전, 중요한 순간에 터지는 어이없는 방귀, 자신이 뭘 쫓는지 잊은 채 그저 달리는 인물들이 만드는 웃음이 있다. 그러니 영화는 화려한 전쟁 액션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 남복과 영광이 이념, 지위, 나이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를 끝맺는 상황 역시도 <서부전선>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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