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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 도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8>
문동명 사진 최성열 2015-09-2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8> 유홍준 지음 / 창비 펴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1993년 첫권 ‘남도답사 일번지’부터 한국 인문 도서 최초로 100만부를 뛰어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스테디셀러 덕분에, 서울올림픽 이후 해를 거듭하며 선명해졌던 자가용 시대를 증명하듯 1990년대 중•후반에는 전국 단위의 답사 신드롬이 일었고, 여행지 주변을 둘러보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길을 더듬는 사람들이 꼭 눈에 띄었다. 유홍준의 발걸음은 우리나라에 머무르지 않고, 북한과 일본까지 나아가 시리즈의 외연을 활짝 넓혔다.

제주도 편 이후 3년 만에 나온 여덟 번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간다. 영월부터 단양, 충주, 원주, 여주, 이천을 거쳐 남양주 양수리까지 이르는 남한강을 여정으로 정한 건, 권마다 8도를 고루 배치하려던 시리즈의 방침을 비껴가기로 한 결과다. 하나의 지역 혹은 하나의 테마로 쓰는 것이 작가나 독자를 위해서 이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홍준은 한결 가볍게, 특유의 능변으로 오랫동안 흠모해오던 남한강의 주변 경치와 그 마을의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인장 같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르치려는 의지 없이 독자들에게 전방위에 걸친 고급 지식을 선사하는 예의 솜씨는 그대로 살아 있다. 조선 시대의 문헌은 물론 근래 발표된 연구서를 참고하고, 작가가 수많은 사람들과 나누었던 개인적인 대화를 복기해 낯선 공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전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미술사적 유물에 집중했다면, 이번 남한강 편은 문화유산 전반을 소개한다. 조선 시대 회화사를 공부한 경험을 살려 그림들을 상세하게 설명한 건 물론 두보, 단종(端宗)과 왕방연, 문인화가 이인상과 이윤영, 그리고 남한강 유역에서 나고 자란 신경림 등의 시 구절을 인용해 눈앞의 풍광을 더 생생히 설명했다. 책을 길잡이 삼아 답사를 나설 독자를 위해 실제 현장답사를 토대로 작성한 코스별 일정표를 부록으로 싣는 실용적인 면모도 잊지 않았다. 450페이지에 달하는 친절한 ‘설득’ 끝에 자리한 작은 정성을 마주한다면 당장 떠나고픈 마음을 주저하기 어려울 것이다.

450페이지에 달하는 친절한 ‘설득’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나 지극한 것이어서 내 고장 자랑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향토애라는 것은 애향심의 소산이 아니라 거의 태생적인 것으로 삶 속에 농익어 있는 것이다. 당연히 자기 고장의 자랑이 나와야 할 때 그냥 지나가면 무척 서운해한다. 재판이라면 무료변호도 할 판이다.(243쪽)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넓은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충주문화원 건물 뒤쪽으로 화장실이 있는데 그 화장실로 가는 솔밭에 맵시 있는 누드 조각 세점이 있는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린이도 많이 오는 공원이니 19금 조각은 잘 안 보이는 데에 배치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실은 애고 어른이고 가장 많이 오는 길이 여기 아니던가.(332~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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