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요즘 착잡한 심정이다. 특히 동료들의 빈자리를 볼 때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5평 남짓한 남산의 사무실은 9명의 상근자들로 북적였다. 지금은 고작 3명만이 남았다. 2명은 `원치 않는` 퇴직을 택했고, 4명은 `원치 않는` 무급휴직을 받아들인 결과다. 양기환 사무처장은 “두달째 밀려 있는 사무실 임대료도 걱정이지만, 지금 인원으론 모니터 활동도 형식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갑작스레 `구조조정(?)`이 진행된 이유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영진위가 2002년 쿼터연대 활동을 위해 책정한 1년치 예산은 3억2천만원. 그러나 문화관광부가 승인한 액수는 5700만원뿐이다. 문광부는 “다른 영화단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했다”고 해명한다. 단체 수가 한둘도 아니고, 스크린쿼터 활동 또한 다른 단체들의 사업과 다를 바가 없으며, 따라서 인건비와 사업진행비까지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쿼터연대 말고도 이 사업을 맡을 수 있는 단체는 많다”고까지 말한다.그러나 영화인들은 문광부의 결정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스크린쿼터 활동이 영화제처럼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이벤트성 사업이 아니라, 전문인력들이 달라붙어서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쿼터연대가 아닌 다른 단체가 영진위로부터 위탁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한 관료의 발언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높다. 한 영화인은 “쿼터연대가 어떻게 이 사업을 위탁받게 됐는지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난 99년에는 문광부가 나서서 한국영화산업에 공헌했다며 쿼터연대의 전신인 스크린쿼터감시단에 포상까지 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충실히 활동해왔는데, 무슨 대단한 이권을 안겨준 것 같은 정부관료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문광부는 영진위 예산과 관련,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영화인들의 주문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