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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속마음 적기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5-09-22

<사도> 이효제

영화 2015 <사도> 2015 <극비수사> 2014 <우리는 형제입니다>

자연의 연기는 상상에 이해가 더해져 나왔다. 이효제는 <사도>에서 사도(유아인)의 아들이자 미래에 성군 정조(소지섭)가 되는 ‘세손’을 연기했다. 죽어가는 아비에게 물 한잔조차 올릴 수 없냐며 애타게 울부짖던 어린 아들, 영조(송강호)의 하문에 진지하게 공자와 인간을 논하던 소년 정조. 이효제는 그의 판이한 두 얼굴을 연기하기 위해 스스로를 비운의 세손이라 여겼다. “이준익 감독님께선 마음 한구석이 진짜로 아파야 한다고 했어요. 우리 아빠가 비참하게 죽음을 맞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감정을 잡으니 연기가 잘되더라고요.” 연기학원을 다니던 때부터 이효제는 마음속의 감정을 밖으로 끌어내고 이해하는 법을 차근차근 연습해왔다. “‘속마음 적기’를 많이 했어요. 속마음을 헤아리고 그대로 표현하는 수업이에요. 이제 학원은 안 다니지만 지금도 대본을 받으면 대사에 나타나지 않은 그 사람의 속마음을 옆에 적어두고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해요.” 영•정조 시대에 관한 책도 여럿 찾아 읽으며 당대를 공부했다고도 한다.

영민한 세손처럼, 이효제의 ‘장남’들은 언제나 속이 깊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어린 상연은 동생과 함께 고아원에 버려진다. 동생이 편안하게 살길 소망하는 상연은 자신을 입양하려는 미국인 부부에게 서툰 영어로 자기 대신 동생을 데려가달라고 부탁한다. <극비수사>에서 공길용(김윤석) 형사는 아버지가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장남 성한에게 단단히 입단속을 시킨다. 성한은 유괴된 친구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당부를 그대로 따른다. “경상도 남자라 무뚝뚝하긴 해도 마음은 다정한 아이다.” (경상도 남자가 무뚝뚝하다는 건 누구에게 들은 말이냐 물으니 가족이 모두 경상도 출신이라 잘 알고 있단다.) <사도> 현장에선 세손비 역할의 아역배우 이현정까지도 살뜰히 챙겼다. 이현정이 ‘세손비답게’ 가만히 앉아 있는 자세를 어려워하자 상대역이자 듬직한 선배로서 “우리 더 집중하자”고 다독이기까지 했다고.

닮고 싶은 배우는 김수현. 모 영화에서 김수현과 공연한 아역배우 친구로부터 “인사를 열심히 하고 모두에게 무척 친절하더라”라는 호평을 전해들었단다. 벌써부터 현장 정보 수집까지 게을리하지 않는 모양이다. “질 좋은 천으로 만들었지만 한여름에 이렇게 더운 옷을 입어야 한다니 왕은 참 불편했겠어요.” 조선 시대 왕의 고충을 깔끔하게 요약할 줄도 알고, 예리한 눈으로 관찰한 현장의 이모저모를 종알종알 들려주는 양이 영특함도 세손 못지않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나이가 어려도 배우는 배우. 어리다고 무신경하게 대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일 만만찮은 신인이다. 앞으로 우린 세편의 영화에서 이효제와 다시 만날 것이다. 지난여름 첫 주연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 <보이즈 비 앰비셔스>(감독 민경진)의 촬영도 끝냈고, 비슷한 시기에 크랭크업한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과 곧 촬영을 시작할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에선 두 차례 연속으로 강동원의 아역을 연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