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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추석과 부산, 바쁘다 바빠
주성철 2015-09-18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면 괴롭다. 지금 <씨네21>은 연중 가장 바쁜 주간이라 할 수 있는, 추석 합본호 마감이 한창이다. 기자들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하나하나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 평소보다 2배 정도의 작업을 하고 있는 데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곧장 부산국제영화제 출장을 가야 한다. 취재, 사진, 편집, 디자인팀 모두 개막식도 열리기 이틀 전에 부산으로 향한다. 게다가 올해는 해마다 해오던 영화제 공식 데일리 작업 외에 ‘씨네21이 기록한 BIFF의 20년’(가제)이라는 뜻깊은 사진전까지 열 계획이다. 무려 진짜 지난 20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라고 쓰고 싶지만 3년 정도는 부산을 가지 않은 손홍주 사진부장이 있기에 든든하다. 모처럼 ‘부산행’을 결심한 김은 아트디렉터도 마찬가지다. 무려 2007년 부산 데일리에 객원기자로 참여하며 일을 시작한 장영엽 팀장도 어느덧 데일리를 책임지는 주무 팀장이 되었다. 나 또한 1회 영화제에서 오구리 고헤이의 <잠자는 남자>를 보며 진짜 잠자는 남자가 되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 사진첩을 들춰보는 기분이 묘하다. 독자 혹은 관객 모두 훈훈한 사진전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데일리도 매일매일 즐겨주시길.

아무튼 너무 바빠 에디토리얼 쓸 시간도 부족하여, 부산을 떠올리며 내 주변 지인들은 알 만한 영화제 관련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글자 수를 늘려야 할 것 같다. 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1996년 이후 몇년간 영화제의 중심은 단연 남포동이었다. 그리고 영화제 초청작을 상영하는 극장과 일반 개봉영화를 상영하는 개봉, 재개봉 극장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던 1999년 4회 때, 늦게 군대를 가 이병으로 고생하던 한 대학동기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슬픈 일화가 있다. 그해 최고 인기영화였던 강제규의 <쉬리>를 보지 못한 3살 어린 병장님께서 다른 휴가 나온 장병들과 함께 남포동을 찾았고, 막내인 내 동기에게 일반 극장의 <쉬리>를 5장 끊어오도록 시켰다. 하지만 친구는 피프 매표소에서(그땐 ‘BIFF’가 아니라 ‘PIFF’였다) 인도네시아영화 <스리>를 5장 끊어갔다. 나와야 할 한석규와 최민식은 나오지 않고 웬 늙은 귀족과 결혼한 어린 소녀 ‘스리’가 무용하는 것만 나오니, 그 친구는 이후 힘든 군 생활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갑작스레 수도권의 영화소년소녀들이 부산에 몰려들게 되면서, 언어 차이로 인한 에피소드도 꽤 있었다. 가령 한 친구는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3잔 시켰는데, 그냥 커피가 3잔 나왔다. 왜 그런지 알아봤더니 주인장이 아이스를 아이씨(아저씨)로 잘못 들은 것이었다. “아이씨 커피 3잔요~.”

뻔뻔하게 원고량을 늘리는 가운데, 그래도 감사 인사는 전해야겠다. SNS도 자제하며 신작 <밀정> 구상에 여념이 없는 김지운 감독이 바쁜 헌팅, 캐스팅, 리딩 중에도 특별히 시간을 내주었다. 워낙에 포토제닉한 그가 따로 사진 촬영할 겨를도 없이 만났다고 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송강호와 다시 의기투합한 것은 물론 일부 아트워크를 본 것만으로도 기대감은 증폭된다. 그리고 <판타스틱4>와 <앤트맨> 사이에서 멘붕에 빠진 허지웅과 <내일의 죠>를 그린 가지와라 잇키에 대해 집요한 자기반영적 통찰의 글을 보내준 오승욱 감독의 글 또한 강추한다. 독자 여러분 모두 즐거운 추석 맞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