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을 맞은 해다. 자유를 맞았다고 생각했을 때 마주한 또 다른 예속의 역사는 여전히 무언가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상기시킨다.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가 9월17일(목)부터 24일(목)까지 8일간 메가박스 백석, 메가박스 파주출판단지 등에서 열린다. 북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엿보이는 ‘광복 70주년 특별전’과 함께 이미지를 쌓아가는 동시에 이미지와 싸워나가는 ‘아트앤다큐’ 섹션이 올해 마련된 특별전이다. 개막작 <나는 선무다>는 특별전의 두 주제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베이징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얼굴 없는 탈북 화가 선무씨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지난 삶을 추적한다. 그는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프로파간다 화가에서 지금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현대 미술가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내가 살아온 삶을 그릴 뿐’이라며 정치적인 해석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 살아가는 것이 곧 정치가 된 한 남자의 작품세계를 탐험하는 가운데 익숙한 듯 낯선 북한의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글로벌 비전 상영작 <비욘드 제로: 1914-1918>은 제1차 세계대전의 이미지를 활용한 푸티지 필름이다. 오직 연주곡과 이미지로만 이뤄져 있다. 상영되는 이미지 위를 떠도는 필름의 그을린 흔적의 움직임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흔적들은 이미지의 스펙터클화를 방해하는 동시에 이미지 너머의 존재를 암시한다. 전쟁의 이미지를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경쟁부문 상영작 <검열된 목소리>는 1967년 5월 이스라엘과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사이에 벌어진 6일 전쟁을 다룬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던 당시의 분위기에 가려진 다른 목소리가 있었다. 바로 참전군들의 감정적인 공황이다. 전쟁의 승리에 고취된 언론의 분위기와 달리 군인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고향에 돌아온 기쁨도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고향을 생각해서 싸운 것이 아니라, 마치 전쟁 게임을 하듯 행동했다고 고백한다. 전쟁의 결과는 평화가 아니라 더 큰 전쟁일 뿐이라는 것을 당시 삭제된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밝힌다.
<레드 마리아2>는 낮은 목소리 중에서도 더 낮은 목소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이들 중에는 매춘부도 섞여 있었는데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할 때 매춘부에 대한 이야기는 배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매춘부 역시 강제 노역에 대한 피해자이므로 이들 역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해왔다. 매춘부에 대한 배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노동자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토대로 한국과 일본,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러시안 딱따구리>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를 다룬다. 피해 지역의 주민을 찾아가 사건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지속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방식일 것이다. 이 작품은 그 대신 괴짜 예술가를 중심에 세운다. 그는 이제는 유령도시가 된 사고 지역을 찾아가 퍼포먼스를 벌이고 인터뷰를 한다. 처음에 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어쩐지 모두 퍼포먼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신문과 자료들을 뒤적이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끈질기게 파고들 때, 어떤 절박함마저 엿보인다. 진실을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시간과 희생이 더 필요한가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