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 크리스토>는 1844년 알렉산더 뒤마의 소설로 발표돼 세계 명작의 반열에 올랐고, 이후 적어도 5번 이상이나 영화화되면서 알려질 대로 알려진 `복수극`의 대명사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액션 감독 케빈 레이놀즈가 만든 <몬테 크리스토>에는 낯익은 `복수극`의 정통 줄거리 외에 오늘날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매력이 담겨 있다. 이는 주로 조연급 캐릭터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재치있는 대사들과 진지하고 극적인 순간, 우스꽝스런 장면을 연출하면서 무거움을 가볍게 처리하는 할리우드식 연출법에서 기인한다. 순진한 청년 에드몬드 단테스(짐 카비젤)는 일등 항해사로의 승진과 아름다운 약혼녀 메르세데스(다그마라 도민칙)와의 결혼을 앞두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형무소 샤토디프로 끌려간다. 메르세데스에게 흑심을 품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 페르난드 몬데고(가이 피어스)와, 나폴레옹 지지파인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정치생명에 위험을 느낀 그 지역 치안장관 등의 모함 때문이었다. 6년간의 독방 생활로 에드몬드가 삶을 포기할 즈음, 다른 독방에 갇혀 있던 아베 파리아(리처드 해리스)가 그의 방에 나타난다. 형무소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 8년 동안 땅굴을 파온 아베가 방향을 잘못 잡아 그의 방바닥을 파고 나온 것이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한 대목. “내 방에는 7만2500개의 돌이 있어요.” 그렇게 돌을 세며 세월을 보냈다는 에드몬드의 말에 “그 각각의 돌에 이름을 붙여봤나?”라는 아베의 대꾸는 처참한 감옥생활이 자아냈던 긴장을 일순간 누그러뜨리며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아베에게 경제학과 수학, 무술을 배우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다시 태어난 에드몬드는 그에게서 보물지도까지 얻어 탈출에 성공한 뒤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을 위장해 13년간 기다려 왔던 복수를 시작한다. 에드몬드의 복수는 원작에서처럼 냉혹하고 무자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단순한 두뇌싸움을 보는 듯하다. 해적 출신으로 에드몬드의 시종이 된 자코보(루이스 구스먼)와 아베의 감칠맛나는 연기가 코믹한 양념거리로 복수극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15일 개봉. 신복례 기자bo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