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들은 음악을 다시 들으면 좋아했던 곡들 중 어렴풋한 기억을 동반할 때가 있다. 특별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어도, 냄새나 감각의 한 종류 같은 무엇이 그 안에 있다.
요즘 음악은 예전보다 훨씬 쉽고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 깊은 조예가 없어도 취향과 기분에 맞춰 알아서 모르는 곡들을 알려준다. 음반은 죽어간다지만, 음악과 음원이 여전한 시대에 역설적으로 내게 특별한 노래는 어쩐지 적어진다. 음악이 어떠한 상황의 중심이 아니라 극 전반에 깔리는 배경처럼 되어서일까. 어느 ‘문화’들의 변천을 생각할 때, 주어나 주체만 다르지 엇비슷하게 엇비슷한 방향으로 ‘대세’가 되어 흐르는 걸 함께 떠올리면 얘기의 주어를 패션이나 옷으로 바꿔도 별반 지장은 없을 것이다.
더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는 2001년 미국 시애틀에서 결성한 인디 록 밴드다. 총 7장의 싱글을 발매했지만, 정규 음반은 2003년 《Give Up》 딱 한장만 냈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
지난 주말에는 2013년 다시 발행한 10주년 기념 ‘디럭스 에디션’만 내내 들었다. 휴가를 다녀오고, 몸이 좋지 않다가 막 나아져서 그런지 ‘딩동’대고 ‘둥둥’거리는 비트와 벤 기버드(Ben Gibbard)의 옅은 목소리가 유독 감미로웠다. 같은 해 재결성 투어를 마치고 밴드는 영영 해체했다. ‘만일’이라는 가정이지만, 그들이 음악 작업을 계속했다면 2010년대의 펫숍 보이스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10년 정도 전의 가사와 멜로디들이 이 토막글을 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