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아주 재밌는 페스티벌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테크노 뮤지션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이 기획한 ‘열받아서내가만든페스티벌2015’다(이하 내만페). 지난 8월22일 이태원 클럽 놈코에서 열렸으며 클럽 신이 들썩거릴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물론 수만명이 몰렸기 때문에 대성황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놈코에 들렀던 사람들의 만족도와 클럽 신에 일었던 화제의 정도를 생각하면 커다란 파장이었다. 이태원에서 소규모로 열린 이 축제가 이만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축제 포스터와 함께 게시된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의 기획의 변 때문이었다.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은 이 페스티벌을 기획한 이유가 “너무 화가 나서”라면서, EDM 열풍에 편승해 우후죽순 생겨나는 수준 낮은 페스티벌이 너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된 EDM 디제잉을 넘어 일렉트로닉 댄스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는 “안티 커머셜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내만페에는 무려 40명의 디제이가 참가했고 30분씩 나눠 17시간 동안 디제잉이 이어졌다. 이 시위에 가까운 페스티벌의 탄생과 이에 호응한 클러버들의 열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돈만 보고 몰려오는 기획자들과 그들의 진절머리나는 행태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디제이들의 의지다. 그동안 SNS를 통한 소극적인 불만 표출은 있어왔으나 이렇게 본격적 행동이 시도된 것은 처음이다. 둘째, 매우 이례적이게도, 이렇게 커다란 호응을 얻은 파티가 ‘비판적 애티튜드’를 맨 앞으로 내걸었다는 것이다. 내만페는 ‘메시지’를 내걸어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의 클럽 신이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