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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촬영중인 곽경택 감독 인터뷰
2002-03-15

“머릿속 그림, 징그럽게 똑같이 나왔다”

아래 인터뷰는 3월1일 미국 LA 현지취재와 3월6일 전화통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무엇보다 김득구와 맨시니의 격돌장면을 얼마나 찍었는지 궁금하다.

오늘 13라운드까지 찍었다. 무릎을 꿇은 것은 다음 라운드이지만,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 오늘 장면이 가장 중요했다. 가장 처절한 장면이기도 했고, 실제 외과의사와의 취재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미 13라운드 때 엄청난 데미지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알리>처럼 시저스팰리스 장면에서 컴퓨터그래픽 대신 엑스트라를 동원할 계획은 없었나.

사실 <알리>는 대규모 인원을 동원했지만, 그들의 세부 움직임이 카메라에 포착되지는 않는다. 또 이번에 사용하는 컴퓨터그래픽은 화면을 폼나게 만드려고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엄연히 프로덕션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사운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시 실제 해설자의 목소리를 넣을 것도 고려한 것으로 아는데. B

보존되어 있는 사운드 자료가 믹싱에 충분할 만큼이 아니라 그건 불가능하다. 대신 당시 <ABC방송>에서 중계를 맡았던 분이 대신 맡아 해줄 예정이다. 이미 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시저스팰리스 경기장면이 전체적인 드라마 흐름을 한 단계 끌어올릴 만한 파워가 있나.

아무래도 머릿속에서 그렸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난 장면은 초반부다. 아직 소스촬영 뒤에 컴퓨터그래픽 결과를 봐야 최종결과를 알겠지만. 마지막 장면이 무엇인지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징그러울 정도로 똑같이 나왔다. 사실 오성이에게 출연하겠냐고 물었을 때도 그 장면만 반복해서 이야기했는데 그대로 나왔다. 모션컨트롤 카메라를 사용해서 찍었는데 만족스럽다.

<친구> 때의 비주얼에 대한 고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 때는 부분적이었다. 장동건이 맡았던 동수가 마지막에 칼 맞고 죽는 장면에 포인트를 준 거였으니까. 그 장면에서 누아르 하면 오우삼의 홍콩영화나 일본영화를 떠올리는데,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것이고. 이번에는 좀더 복잡하다. 권투영화의 액션이라는 게 공식이 있지 않나. 그걸 다 참고하고 응용조합한 뒤에 새로운 공식을 하나 더 뽑아내야 하니까.

미국 촬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처음에 미국 가서 외국 스탭들에게 그랬다. 어차피 사람들끼리 부딪치는 일이고, 10년 같이 산 부부도 싸우는데,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이 섞여 작업하는 것이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대신 지난해 여름부터 프리프로덕션을 철저히 했기 때문에 준비를 못해서 그냥 넘어가는 것은 없다.

홍경표 촬영감독과는 호흡이 어떤가.

원래 황기석 감독이었잖나. 근데 <친구> 끝나고 <와니와 준하>까지 찍은 상태라 쉬고 싶어하더라. 그래서 실력이 출중하다는 홍 감독을 소개받긴 했는데, 아무래도 처음 작업이라 불안함이 없진 않았다. 근데 어쩌나. 내가 복이 있는 건지, <챔피언>이 사주팔자를 타고난 건지, 대단한 아티스트를 만났다. 무엇보다 <반칙왕>을 찍을 때 링 위에서 어떤 앵글, 어떤 조명을 쳐야 하는지 굉장히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터라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아, 김지운 감독도 고맙다.

김득구를 빨리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뱃속의 아이가 궁금한 건 정작 부모가 먼저 아닌가. (웃음) 산달이 다가올수록 내가 궁금해 죽겠다.▶ <챔피언> LA 촬영현장을 가다

▶ LA에서 촬영중인 곽경택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