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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쓰는 건 자신 있다
이예지 사진 백종헌 2015-09-03

<베테랑> 오대환

영화 <오피스>(2015) <베테랑>(2015) <차이나타운>(2015) <살인의뢰>(2015) <고스톱살인>(2014) <스파이>(2013) <환상 속의 그대>(2013) <몽타주>(2013) <그녀는 위대하지 않다: 지혜우화>(2011) <부러진 화살>(2012) <블라인드>(2011) <파주>(2009) <마린 보이>(2009) <새끼 여우>(2007) <기린과 아프리카>(2007) <가장 시원하게>(2004)

드라마 <여왕의 꽃>(2015) <신분을 숨겨라>(2015)

산만 한 덩치, 육중한 액션, 눈치 없이 툭툭 던지는 대사. 삼박자가 맞아 왕 형사가 탄생했다. <베테랑>의 오프닝 시퀀스, 창고 문을 박차고 돌진해 맨홀에 빠지는 육체파 왕 형사처럼 배우 오대환은 관객의 뇌리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신선한 얼굴 오대환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이다.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에 주력하던 그는 학교를 오가다 영상원의 연출 전공 감독에게 캐스팅됐다. 그는 이후 단편 작업을 하며 카메라와 스킨십을 익혔다. <그녀는 위대하지 않다: 지혜우화>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던 류승완 감독의 눈에 든 그는 <베테랑> 러브콜을 받았다. 처음 제안받은 배역은 김민재가 맡은 비리 경찰 역. 그런데 왕 형사 역의 마동석이 빠지게 되면서 체격이 비슷한 오대환에게 왕 형사 역이 돌아왔다. “감독님이 몸을 만들어보라며 한달 시간을 줬다. 미친 듯이 먹어 2주만에 8kg을 찌워 갔다. 감독님은 놀랍고 고맙지만 좀더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포기했을 무렵, 매니저한테 전화가 와서 ‘형 축하해요’ 하더라. 눈물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따낸 배역이건만, 부담감 때문에 연기는 수월하지 않았다. “배우마다 액션 대역이 있는데 나만 촬영 때 대역을 안 쓰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모니터 봤지? 이렇게 해야 네 얼굴 한번이라도 더 잡아주지’ 하시더라. 섭섭한 마음이 눈녹듯 사라지고, 죄송하고 감사했다. 그다음부턴 토 안달고 열심히 했지. (웃음)” 반면 <오피스>의 정재일 대리는 부담감을 덜 수 있는 역할이었다. 상사에겐 비위 맞추느라 진땀 빼는 한편 부하직원에겐 강한 인물. “정재일은 내 성격과 맞는 부분이 있었다. 윗사람은 어려워하고 아랫사람은 놀리고. (웃음) 왕 형사는 마동석을 따라하게 되는 면이 있었지만, 정재일은 홍원찬 감독이 여지를 열어줘 애드리브도 많이 쳤다.”

이외에도 <살인의뢰>의 대성파 부두목 칼치, <고스톱살인>의 사채업자 김무식 등 거친 역할을 맡아온 오대환. 그는 건장한 체격답게 ‘센’ 연기에 익숙하다. “힘쓰는 건 자신 있다. 배우들과 팔씨름해서 져본 적이 없다”는 그는 류승완 감독에게 <베테랑2> 출연 제안을 받기도 했다. “제작까지 최소 3년이 걸릴 텐데, 그동안 절권도를 배워놓으면 한국의 홍금보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더라. (웃음)” 그러나 차기작으로 액션에 도전하고 싶냐는 질문엔 “그렇진 않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래 봬도 여성성이 강하다. 수다 떨고 잘 삐치고 잘 토라지고. 여자들하고 더 친하다. <베테랑>의 장윤주와는 현장에서 서로 의지하다 절친한 사이가 됐고, <오피스>의 고아성은 내 팬클럽 회장을 자처한다. (웃음) 드라마 <여왕의 꽃> 선우용녀 선배는 꼭 시트콤을 같이 하자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겉으로는 남성적으로 보여지고픈 욕망이 있었다”는 의외의 고백. 그는 도전하고 싶은 장르로 멜로를 꼽았다. “<너는 내 운명>(2005) 같은 멜로를 하고 싶다. 순수하게 짝사랑하는 순박한 촌놈 역. 덩치가 산만 한 사람이 부끄러워하면 나름대로 재미있지 않겠나.” 겉 다르고 속 다른 오대환의 매력을 재발견한 시간이었다.

<베테랑>

내가 꼽은 나의 매직아워

<베테랑>에서 왕 형사가 “형님 집 전세 아니에요?”라고 눈치 없이 말을 뱉는 그 장면. 이제는 서도철(황정민)이 우리가 해야 할 때라고 열변을 토하는 진지한 장면에서 왕 형사가 찬물을 끼얹는 장면이다. 류승완 감독의 특기인, 진지함 속의 코믹함을 살려낸 부분이 아닐까. 서도철과 조태오(유아인)가 붙는 부분부터는 진지해지기 때문에, 초반에 관객 마음을 풀어놓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자는 전략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연기의 전환점이 된 장면이기도 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잘하지 못했는데, 모든 걸 내려놓고 난 후 원래 스타일대로 편하게 툭 던진 대사다. 첫 테이크에 오케이가 났다. 황정민 선배 왈, “이렇게 잘 하는 놈이 왜 헤맸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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