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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 도서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문동명 사진 최성열 2015-08-18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 펴냄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라니. 제목만 본다면 언뜻 그럴싸한 이름으로 둔갑한 처세 관련 자기계발서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 와카바야시 마사야스가 쓴 에세이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이하 <사회인대학교>)는 성공한 연예인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조목조목 일러주는 책이 아니다. 차라리 출세 수년차에도 여전히 방황하는 코미디언의 기행(奇行) 고백록에 가깝다.

와카바야시 마사야스는 가스가 도시아키와 함께 콤비 ‘오도리’로 2008년 만담 선수권 대회 ‘M-1 그랑프리’에 참가해 준우승을 거머쥐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루 스케줄이 10개에 육박해 2009년, 2010년 연속으로 방송 출연 횟수 1위를 기록할 만한 성공이었다. <사회인대학교>는 2010년 8월부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가 잡지 <다빈치>에 기고한 글을 모았다. 욕실 없는 쪽방에 살던 무명 시절을 회고하며 첫장을 여는 저자는, 가난했던 과거와 성공가도를 달리는 지금의 괴리에서 오는 낯섦을 마주하는 순간들을 지나며 자신의 ‘현재들’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자기 것이 아닌 생활이나 감정에도 적응할 필요가 있다며 얼굴을 붉히는 소심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사회에 대한 날선 의심을 놓지 않는 고집이 부딪힌다. 하지만 그 이율배반의 소리는 경쾌하다. 여백이 잦은 글마다 드러나는 단상들은 역시 코미디언이다 싶을 만큼 엉뚱해서 피식 웃음이 흐른다. 한편 그는 2009년 버라이어티 쇼 <아메토크>에서 특집 ‘낯가림이 심한 코미디언’을 기획해 크게 히트시킨 바 있다. 제 문제를 소재로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그것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부터 가능해야 하는 법. <사회인대학교>는 그 만고의 진리를 실천하는 빼어난 코미디언만이 써낼 수 있는 에세이다.

책에서 누누이 고백하듯, 저자는 대중이 자신을 지겨워하는 순간이 오는 걸 항상 걱정한다. 하지만 오도리의 만담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는 특유의 눈치와 입담을 발휘해 독자적인 입지를 다졌다. 이런 오랜 인기는 와카바야시 마사야스가 옛날의 불안과 설렘, 지금의 여유를 동시에 끌어안는 사람이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는지.

출세 수년차에도 여전히 방황하는 코미디언의 기행(奇行) 고백록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도 “톨”(tall)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그란데”(grande)는 아예 주문해본 적도 없다. 대신 S, M, L이라고 말한다. 그전에 스타벅스에 가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스타벅스’에서 ‘카라멜 프라푸치노 그란데’를 마시려는데 아는 사람을 만나면 창문을 뚫고 도망칠 거야.(53쪽)

산책하면서 너바나를 들어도 공원의 벤치에서 <두더지>를 읽어도 전처럼 가슴이 뛰지 않는다. 가슴이 뛰지 않는 대신 마음 한가운데 ‘온화함’이 깃들었다.

마음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

하지만 공허하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애가 된 기분이다.

모두가 말한 대로였으나, 모두가 말한 대로의 세계는 재미가 별로 없다.(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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