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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 도서 <아들>
문동명 사진 최성열 2015-08-18

<아들> 요 네스뵈 지음 / 노진선 옮김 / 비채 펴냄

범죄 스릴러 ‘해리 홀레’ 연작을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요 네스뵈는 <헤드헌터>(2008) 이후 6년 만에 네 번째 독립 작품 <아들>을 발표함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갈채를 받았다. 이는 작가가 성공한 시리즈의 명성에서도 자유로워졌다는 것과 더불어, 소설 속에서 끈질기게 조명해온 고향 오슬로를 향한 시선이 완전히 무르익었다는 칭찬이기도 했다.

612페이지. 요 네스뵈의 지난 책과 마찬가지로 <아들> 역시 벽돌 같은 두툼한 장정을 자랑한다. 이렇다 할 배경 설명 없이 시작하는 책은 바로 주인공 소니를 비춘다. 심지어 횡설수설 이야기를 늘어놓는 다른 사내가 페이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소니에 대한 단서를 하나둘 던지면서 그를 향한 시선을 금방 붙든다. <아들>은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두꺼운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와중에도 결국 소니에 대한 장력을 놓치는 법이 없다.

소니는 누명을 쓰고 12년째 복역 중인 죄수다. 번듯한 학생이었지만 아버지가 부패경찰이라는 오명을 쓰고 자살한 이후 그의 삶은 저 밑까지 굴러떨어졌다. 부자들의 죄를 뒤집어쓰면서 헤로인에 물들어가던 그는 한편으론 동료 수감자들의 고해성사를 들어주며 감옥 내의 성자로 불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죄수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이 마약상 네스토르와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옥에서 탈출해 복수를 감행한다.

꽤 잔인하게 그려지는 복수에서 오는 스산함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니와 아버지의 친구 시몬 두 남자의 절절한 사연은 복수극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서두에 사도신경 구절 “그곳에서부터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를 새긴 바와 같이, 성경을 모티브 삼아 죄와 고해에 대한 깊은 통찰을 곳곳에 담았다. 빨려가듯 사건을 따라온 독자들은 곧 처음으로 돌아가 도시 오슬로를 버텨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되새길 것이다. 소설 속에서 인용되는 레너드 코헨의 발라드 <Suzanne>은 <아들>의 ‘감정’에 뛰어드는 통로를 마련해줄 터이니 가사를 곱씹으며 들어보길 권한다.

더욱 공고해진 요 네스뵈 월드

(중략) 하지만 그들은 거기 있었다. 평화로운 여름 저녁이 반사된 창문 너머에, 지나가는 행인의 무심한 시선 속에, 늘어선 주택들의 오른쪽 측면에서 살금살금 기어나와 점점 영토를 넓혀가며 햇볕을 쫓아내는 어둠의 냉기 속에. 그리고 페르 볼란은 자신이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어둠과 빛 사이에서 끊임없이, 무의미하게 갈팡질팡 투쟁하면서. 그 싸움은 결코 어느 쪽의 승리로도 끝나지 않았다. 아니다. 매일 어둠이 그를 조금씩 더 잠식했다. 그들은 긴 밤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37∼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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