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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무섭다’는 감정이입

<붉은 달>

무더운 한여름밤에 시간 맞춰 TV 앞에 바싹 다가가게 만든 공포물들이 있었다. <전설의 고향>을 비롯하여 <환상특급> <기묘한 이야기> 등은 등줄기를 타고 서늘하게 지나가는 한 가닥 차가운 기운으로 아직도 몸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무서움 그 자체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15’의 이름으로 방송된 단막극 <붉은 달>은 사도세자와 그의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삼은 공포물이다. 일단 저주가 있다. 바로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한 장희빈의 저주다. 장희빈은 조선의 임금을 상징하는 ‘만천하를 비추는 달’을 저주어린 붉은 달로 만들겠다고 핏빛 외침을 토해내며 죽음을 맞았다.

그 저주에 자신을 옭아매 만들어지는 광기가 그 대척점에 존재한다. 매일 사람을 죽여 자신의 침상에 뉘여놓는 사도세자, 그 배경에 등장하는 저승전이라는 막다른 공간. 비단 찢는 소리의 상징성과 지하에 안치된 붉은 포장을 씌운 관들. 귀신과 주술에 빠져 살인과 기행을 일삼고도 자신의 정체성에 괴로워하는 사도세자의 광기어린 고뇌가 우리를 ‘공포’라는 단일감정에 이입할 수 있게 한다.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가 장희빈의 저주에 대항해 자신과 저승전을 태우며 일렁이는 붉은 불길은, 이 단막극의 모든 상징성을 포용하는 엔딩이다.

사도세자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많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미스터리한 소재라는 방증일 테다. 하지만 60분 남짓한 시간에 스토리를 완결지어야 하는 단막극의 특성상 ‘공포’라는 주제에 가진 역량을 충실하게 집중한 <붉은 달>은 그 점에서 존재 의미를 각인시킨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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