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한가로이 일상을 보내던 무민 가족에게 해적떼가 찾아온다. 하지만 해적들은 별일 없이 떠나고, 그들이 두고 간 책을 보던 무민 가족은 귀족들이 술과 도박을 즐기는 섬 리비에라에 이끌려 여행을 떠난다. 거센 파도와 사막을 지나 도착한 리비에라에서 그들 역시 흥청망청 호사로운 시간을 보낸다. 예술가 친구를 사귄 무민파파는 시답잖은 얘기만 늘어놓으며 가족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군다. 무민의 여자친구 스노크메이든은 그곳에서 귀족을 만나 한눈을 팔고, 질투를 느낀 무민은 귀족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1955년 발표된 원작 <무민, 리비에라 해변에 가다>를 바탕으로 하는 <무민 더 무비>는 원작자 토베 얀손 탄생 100주년, 캐릭터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며 제작됐다. 눈을 홀리는 기교에 전혀 기대지 않고 캐릭터만으로 이끌어가는 영화는 오랜 역사에도 녹슬지 않은 원작의 힘을 방증한다. “많은 곳을 다녔지만 제 종착지는 하나였어요. 바로 이곳, 무민 골짜기.” 무민파파의 말처럼, <무민 더 무비>는 무민 가족이 남쪽 바다의 섬 리비에라로 여행을 떠났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정을 담는다. 펀펀한 몸을 뒤뚱거리며 걷는 무민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할 팬들에겐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아래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이번 영화는 보다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특별한 여가라곤 골짜기에 이웃들을 불러모아 술과 춤을 즐기는 게 전부인 무민 가족과 온갖 허영과 향락이 넘치는 리비에라의 간극만큼이나 이야기는 느릿느릿 평화롭되 지루할 틈이 없다. 자비에 피카르 감독은 원작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매혹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모든 관객층을 위한 방향으로 <무민 더 무비>를 만들었다. 무민파파와 스노크메이든을 통해 지극히 평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세태에 대한 비판은 그 어른들을 위한 목소리일 터. 하지만 영화는 진지하거나 날선 기운 없이 내내 구김살 없이 흘러간다. 집에 돌아와 “역시 평화롭게 감자 심고 꿈꾸며 사는 게 최고야”라고 안도하는 무민 가족의 모습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