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해리스의 이 곡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자주 쓰던 장대한 빌드업과 전자음 폭격 대신 심플한 그루브와 피아노 연주가 전면에 나선 곡이었기 때문이다. 이 곡엔 소위 말하는 ‘EDM’적인 요소가 적었다.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그렇게 보여주려고 하는 ‘여기서 뛰어!’ 분위기의 댄스 편곡이 확연히 감소했다. 캘빈 해리스는 원래는 EDM의 제왕 격인 인물이었다. 그가 <포브스>에서 선정하는 가장 돈을 많이 번 디제이 1위에 오르는 이유도 그가 가장 대중적인 일렉트로닉 댄스 장르인 EDM을 하기 때문이다. 제일 커머셜한 음악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입도 많다. 그런데 이번엔 페스티벌의 메인 룸에서 틀기 힘든 딥 하우스를 발표했다. ‘돈’으로 대표되던 캘빈 해리스가 ‘마니아’의 영역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요즘 이런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역시 EDM의 선봉장인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는 얼마 전 올드스쿨 하우스로만 가득 채운 색다른 믹스를 발표해 화제를 일으켰다. 일단 터지고 보는 그의 음악 성향을 고려할 때 이건 ‘변화’ 정도가 아니라 ‘거꾸로’ 가는 행보였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오로지 빵빵 터지는 EDM만 나오는 곳은 이제 홍대 앞 부킹포차나 여성 집객에 올인하는 일부 클럽들 밖에는 없다. 베테랑 음악감독들이 포진한 클럽들은 최소한 세컨드 룸을 만들어 음악적 다양성을 늘리려는 노력 정도는 하고 있다. 캘빈 해리스의 이 곡은 지금의 댄스 신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한마디로 ‘안티 ED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