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출신의 세련된 여인 셀레스틴(레아 세이두)은 시골에 있는 랑레르 부부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게 된다. 자존심 강한 셀레스틴에게는 음흉한 속내를 감추려고도 않는 변태적인 랑레르(에르베 피에르), 신경질적인 랑레르 부인, 무뚝뚝한 집사 조제프(뱅상 랭동) 등 그곳의 모든 것이 혐오스럽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갑작스런 어머니의 부고로 의욕을 상실한 셀레스틴은 랑레르 부부의 집에도 그럭저럭 적응해가고, 어느 날부터인가 조제프의 수상쩍은 행동을 눈여겨보기 시작한다.
옥타브 미르보가 쓴 동명의 소설을 장 르누아르, 루이스 브뉘엘에 이어 브누아 자코가 세 번째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작 <페어웰, 마이 퀸>(2012)에서 그랬듯 브누아 자코는 주요 사건들을 관객과 주인공 앞에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셀레스틴도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여인네들이 떠들어대는 풍문을 전해듣거나 그저 어림짐작할 뿐이다. 셀레스틴의 과거사도 잦은 플래시백을 통해 관객 앞에 슬쩍 던져놓는다. 별일이 없는 시골의 시간이 조용히 흘러가는 와중에 툭툭 튀어나오는 날선 유머가 선뜩하다. 브누아 자코의 개성이 느껴지는 연출이지만 그 리듬이 단조롭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대적인 뉘앙스와 특유의 스타일로 사회의 모순을 꼬집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띄나 장 르누아르와 루이스 브뉘엘이 보여준 것만큼의 선명한 충격과 감흥은 주지 못한다. 시각적 즐거움은 충분히 누릴 만하다. <생 로랑>(2014)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카샤 비스콥과 의상감독 아나이스 로만드가 다시 만나 벨 에포크 시대를 우아하고 아름답게 재현한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