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가 티저를 발표했다. 제목은 ‘Wonder Girls Instrument Teaser Video 1. 선미’. 해석하면 ‘원더걸스 악기 티저 첫 번째 비디오 선미’쯤 되겠다. 이 비디오를 본 뒤에 찾아온 첫 번째 단상은 ‘여성 베이스 연주자’는 역시 멋지다는 것. 도입부를 보면 핀 조명이 내리쬐는 아래 선미가 백색 드레스를 입고 베이스 기타를 메고 있는데, 마치 <파이널 판타지>에 등장하는 라이트닝 캐릭터를 보는 것 같았다. 이후 선미는 본격적으로 베이스 연주를 시작하는데, 태핑 주법을 사용할 때는 화면이 전환되면서 레드 계열의 조명이 비처럼 내리쬔다. 다분히 섹시 코드를 의식한 연출이다. 그리고 다시 화이트로 변환된 후에는 어느새 정면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농염한 미소 한방 발사, 그리고 마무리. 캬.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 댓글을 살펴봤다. 칭찬이 대부분인 가운데 대립 구도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댓글들이 압도적이다. 그러니까 원더걸스는 이제 아이돌의 클래스를 넘어섰다는 것, 리얼 악기의 세계는 아이돌의 그것에 비해 ‘우월하다’는 식의 주장이다. “작사, 작곡 멤버들이 다 했어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 이렇게 진짜와 가짜의 세계는 구분될 수 있고, 대중음악에서 전자는 ‘뮤지션’(혹은 아티스트), 후자는 ‘아이돌’로 일컬어진다는 식의 사고는 기실 별다를 것도 없다. 흔히들 말해온 ‘진정성의 신화’다.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대중음악계에서 애용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 중반 즈음. 반세기 이상 지난 요즘 세상에도 강력한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가히 ‘철옹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단순한 대립항에서 해방될 때 더 즐거운 음악듣기가 시작될 거라는 점만큼은 꼭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