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Mother, Enough.
한국에도 <본격소설> <필담> 등의 책이 소개된 일본의 소설가 미즈무라 미나에가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의 제목이다. ‘제발, 어머니, 이만하면 됐어’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의 이 글은 연말,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머니가 막 응급차로 실려왔다는 소식인데, 길에서 넘어져 어깨뼈와 엉덩이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병원에 달려가던 그녀의 첫 반응은, “또!”였다. 일년 반이 지나 끝날 기약이 없는 병간호를 하느라 병원 침상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불쑥 이런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엄마, 언제 돌아가실 거예요?”
나이들고 병든 부모에 대한 불효라고 혀를 찰 일이 아니다.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는 노인개호(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이들을 돌보는 일)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령화와 비혼이라는 두 가지 사회 이슈(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가 결부되어 있는데, 일본에서는 80년대부터 개호와 관련한 ‘사건’이 빈번했다. 개호를 받던 이의 자살을 가리키는 개호 자살, 개호하던 가족이 노인을 살해하는 개호 살인, 개호하던 가족이 당사자와 동반자살하는 개호 살인.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에도 일본 시골 마을의 노노개호(노인이 노인을 돌봄)에 관한 언급이 등장한다. 한때 벌목으로 융성했던 마을엔 이제 노인만 남았다. 이게 작은 시골 마을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상황이라면 어떨까?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는 개호의 문제를 꼼꼼한 취재로 보여준다. 어머니 다음엔 아버지, 한번 떠나면 돌아갈 수 없는 직장, 못 본 척하는 동안 나빠지는 상황…. 이 책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부분은 3장 ‘치매라는 괴물이 삶을 집어삼키다’다. 개호가 원인인 비참한 사건의 원인이 주로 치매라는 것만 봐도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 부모님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 본인이 치매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고, 그 와중에 보이스피싱에 당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이 책에 소개된 사례 중 외동은 없었는데도 개호를 형제끼리 분담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자녀 중 한 사람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책 말미에 이 책을 쓴 야마무라 모토키 자신의 개호 경험담이 있는데, 취재를 통해 자식이 있는데도 아버지와 장모를 차례로 개호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어려움을 느낀다.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데도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립되지 말 것’. …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렵기만 하다. 자신에게도 곧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노화, 병,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일은.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