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들이 스크린 속을 뛰어다니고, 인간의 주요 감정이 캐릭터로 구현되는 이 시대에 더이상 새삼스러울 게 무엇일까 싶지만, 최근 한 영미권 영화의 제작 소식이 세간의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이모지(emoji)에 대한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이다. ‘이모티콘’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한국 독자들에게, ‘이모지’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일본어로 그림(絵)과 문자(文字)의 조합을 뜻하는 이모지(일본어로는 에모지로 발음된다)는 말 그대로 그림문자를 뜻한다. SNS나 메신저에서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다양한 표정을 가진 노란색 스마일 모양의 아이콘이 바로 이모지의 대표적 예다. 누군가와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돕는, 발신자의 감정을 뒷받침해주는 이 작고 귀여운 존재들이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눈에 띈 것이다. ‘데드라인닷컴’에 따르면, 이모지 영화를 둘러싸고 세 메이저 스튜디오간의 치열한 접전이 있었고 가장 공격적으로 이 아이템을 가져가고자 했던 소니가 결국 영화화를 추진하게 됐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이모지라는 소재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데드라인닷컴’의 말처럼 “일본에서 탄생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이 기호들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판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뭇 슈퍼히어로영화와 달리 보편적으로 쓰이는 이모지에는 판권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아마도 첫 이모지 영화가 될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 신작의 연출자로 낙점된 이는 <쿵푸팬더2> DVD에 수록된 단편 <쿵푸팬더: 마스터의 비밀>과 드림웍스의 신작 <부>(B.o.o)를 연출한 앤서니 레온디스다. 앞으로 제작될 이모지 영화의 면모가 궁금하다면, 이보다 앞서 영상 만들기에 이모지를 적용시킨 케이티 페리의 <로어> 리릭 비디오와 네티즌이 만든 비욘세의 <드렁크 인 러브> 이모지 버전 뮤직비디오를 참조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