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에이프(KEITH APE)의 공개 싱글 <잊지마>(It G Ma)의 성공은 올해 상반기 한국 힙합을 통틀어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이었다. 다들 잊지 마. 키스 에이프는 이 노래로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빌보드 차트 케이팝 영상 부문 순위에 들기도 했다. 이 노래의 인기 덕분에 그는 미국의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무대에 설 수 있었고, 현재는 본격적인 미국 활동을 위해 출국한 상태다.
<UNDERWATER REBELS>는 미국의 젊은 흑인 래퍼 켄 레벨(KEN REBEL)이 얼마 전 공개한 싱글이다. 그러나 곡의 주체가 켄 레벨로 표기되어 있는 것과 별개로 이 노래는 누가 들어도 키스 에이프의 <잊지마>의 연장선으로 들린다. 느릿한 트랩 비트와 동양적인 선율이 그렇고, <잊지마>의 주역(?)인 키스 에이프의 크루 ‘코홀트’(Cohort) 멤버들이 이번에도 참여한 것이 그렇다.
즉 <잊지마>와 <UNDERWATER REBELS>를 동시에 관통하는 것은 한국의 힙합 크루 코홀트의 정체성이다. 다시 말해 오쥐 마코(OG Maco), 래 스레머드(Rae Sremmurd) 등에게서 볼 수 있는 ‘컬트’적인 면모, 패션을 필두로 한 ‘시각 이미지’의 효과적인 활용, 무심하고 호전적이며 때로는 무례하게까지 느껴지는 태도 등이 이 노래와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담겨 있다.
그러나 “넌 내가 정말 밉구/ 근데 난 신경 껐구” 같은 가사가 역설적으로 이들의 인기 요인이기도 하다. 눈치보지 않고,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 당신이 이 노래와 어깨동무할 수 있으려면 먼저 이런 ‘멋’에 동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