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매우 조심스럽게 쓴 글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일러가 될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평소 기본적인 정보 정리에도 스포일러라고 민감히 반응하는 건 유난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 앞에서는 좀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작가가 치밀하게 준비한 몇 가지 반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하나의 사건 뒤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조차 고민이 된다.
일단 첫장에서는 ‘클래런스 데버루’라는 악질 악당을 잡기 위해 존스 경감과 탐정 프레더릭 체이스가 등장하지만 그 뒤로 어떤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질지는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책의 제목이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이니 적어도 셜록과 모리어티는 등장하는 게 맞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답도 할 수 없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들의 등장 여부 자체가 강력한 긴장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책의 여러 내용을 전부 이해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의심에서 온다. ‘공식 셜록 홈스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해 셜록 홈스의 정전을 마음껏 갖고 논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창작이고 어디까지가 패러디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나는 독서 내내 작은 고통을 느꼈다. 재미있게 읽고 있으면서도 작가가 원래 의도했던 만큼의 재미는 다 못 즐기고 있다는 찜찜한 기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이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는 완성도 높은 추리소설이라는 것이다. 선명한 개성을 지닌 악당들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고, 이들을 잡으려는 자들은 두뇌를 완전 가동해 악당을 바짝 추격한다. 여기에 끔찍한 범죄현장이나 긴박감 넘치는 액션 장면을 묘사하는 데 작가는 탁월한 솜씨를 보이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깨알 같은 트릭들은 추리소설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그러니 일단 걱정을 떨치고 책을 읽기 시작할 것을 권한다. 어쩌면 이 책이 셜록 홈스에 입문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사놓고 읽지 않았던 셜록 홈스의 이야기들을 당장 다시 꺼내볼 계획이다.
ssLsL sLLLL sLLLLsLsLL…
“말했잖습니까,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나는 셜록 홈즈가 아니라서 가끔 먼 길을 돌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는 다른 종이를 꺼내서 쪽지 옆으로 펼쳐놓았다. “띄어쓰기는 무시해야 합니다. 대문자냐 소문자냐 말고는 전부 다 무시해야 해요. 그러면 이런 문단이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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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ssL sLsLL LLLss sLLLL sLsLL LsLLs sLLLL LLLsL LLLLL sLsLL LLLss (…)
존스가 다섯개씩 묶은 글자를 종이 위에 찬찬히 적었다. 나는 그 묶음들을 빤히 쳐다보았다.”(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