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비평가(이하 ‘비’):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에서는 전자기력, 강력, 약력은 중력과 전혀 조화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세 힘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양자장 이론과 수학적으로 충돌하죠. 우주의 반쪽만을 설명하는, 말그대로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이론이지요. 요즘에는 똑똑한 학생들도 그 정도는 이해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은 과대평가되었어요.
과학자(이하 ‘과’): 요즘 학생들이 아인슈타인보다 똑똑해서 이해하는 게 아니에요. 아인슈타인이 중력이론을 완성해놓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창조와 이해는 차원이 다른 작업입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이론만큼 안정적인 이론이 얼마나 되죠?
비: 과학이론의 결함을 비판하고 채찍질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불완전한 것을 다른 불완전한 것보다 덜 불완전하다고 칭찬할 수는 없습니다. 그 논리라면 거꾸로 과학비평가는 어떤 과학이론도 비판할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아인슈타인 고유의 업적이라고 해봐야 중력을 해석학적으로 설명해낸 아이디어 정도인데 그 역시 스승인 민코프스키의 시공간 이론을 빌려온 것이지요. 민코프스키에 비하면 아인슈타인은 ‘수학적 얼간이’에 지나지 않았어요.
과: 수학적 얼간이라고요? 그렇다면 비평가님께서 수학적으로 더 세련된 중력이론을 만들면 되잖습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죠. 기초적인 미분기하방정식도 못 푸시니까.
비: 아, 드디어 그 논리군요! 과학을 비판하려면 과학자가 되고, 정치를 비판하려면 정치인이 돼라…. 참 많이 들어봤죠.
과: 물론 과학비평가의 몫이 있을 겁니다. 다만 예의를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수학적 재능이 최고 수준이 아니었다 해도, 그의 중력이론은 과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입니다. 작은 결점에 집착하느라 큰 그림을 못 보시는 게 아닌가요?
비: 예의 있는 과학비평이란 불가능합니다. 과학비평은 기본적으로 과학이론과의 대결이에요. 이론의 형식논리적 완결성을 평가하여, 과학을 다음 수준으로 이끄는 게 우리의 역할이지요.
과: 그렇다면 과학자 A가 발표한 ‘우주복소화 이론’이 다음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이끄셔야죠. ‘수학적 심미성이 돋보이는 독창적인 접근’이라고 극찬하지 않았나요? ‘우주복소화 이론’은 온갖 수학기호를 덕지덕지 발라놓았을 뿐 예측 정확도가 형편없이 떨어져 학계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데요. 비평적 공정성을 유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 좋은 이론에 대한 기준은 과학자와 과학비평가에게 다를 수 있습니다. 과학자는 당장의 예측 정확도가 높은 이론을 선호하지만, 과학비평가는 일반 이론으로 환원될 잠재력이 높은 형식미를 중요하게 보지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현재의 예언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입니다.
과: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발이 땅에 붙어 있는 게 ‘우주복소화 이론’이 아닌 ‘일반상대성이론’ 때문이라고 해도요?
비: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뉴턴 덕분에 제 발이 땅에 붙어 있었죠. 하지만 뉴턴도 틀렸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