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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할 만한 조각을 남기고 싶다”
안현진(LA 통신원) 2015-07-23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감독 인터뷰

피트 닥터 감독

<인사이드 아웃>은 프랜차이즈와 소설의 영화화가 많은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시각화했기 때문에 제작기간이 5년이나 걸렸다. 5년을 한 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인내와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작사라는 행운을 가진 피트 닥터 감독과 <인사이드 아웃>에 대해 이야기했다. 20분간 이어진 인터뷰를 간추려 전한다.

-<인사이드 아웃>은 당신이 딸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하던데.

=<인사이드 아웃>을 시작할 때 엘리는 11살이었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용해지고 거리감이 생겼다. 아이의 머리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조금 슬프기도 했다. 나는 아이와 마주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자연스럽고 필요하며 아름다운 과정이지만, 힘들었다. 이런 생각들이 <인사이드 아웃>의 테마가 됐다.

-기억을 색색의 구슬처럼 표현한 점이 재미있다.

=초기 단계에는 공 모양이 아니라 항아리에 기억을 담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어느 순간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다. 현실 세계와 머리 속 세계가 잘 구분되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도 들었다. 고민 끝에 스노 글로브를 떠올렸다. 우아하고 단순하며 아름답다. 그리고 책장에 보관할 수도 있다.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 것이 라일리에게는 큰 사건이다. 왜 미네소타이고 왜 샌프란시스코인가.

=내가 미네소타에서 자랐다. (웃음) 이야기를 현실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었다. <토이 스토리>나 <인크레더블>은 어느 곳에서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는 이야기지만,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완전히 대조되는 두 도시를 설정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미네소타는 거의가 평지이고 산이 없는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평지가 없고 굴곡이 심한 도시다. 지형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골랐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단순함과 청소년기에 감정의 굴곡이 생기는 것에 대한 비유도 있다.

-다섯 감정들의 디자인 과정이 궁금하다.

=어려웠다. 스케치만 해도 몇 천장은 족히 넘었을 거다. 가령 문을 그린다고 하면, 문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있으니 거기서 출발하면 된다. 하지만 감정들을 그리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언어에 주목했다. 영어에서 슬플 때 “I am so blue”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새드니스’는 푸른색으로 디자인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내놓은 아이디어 안에서 만들어졌다.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이 어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야기가 어려울 거라는 걱정은 없었나.

=처음에는 걱정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했을 때, 어른보다 컨셉을 빨리 이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화면으로 보여주면 된다. 아이들은 좀더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주제에 더 쉽게 공감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웃음)

-<몬스터 주식회사> <> 등을 연출했다. 당신의 영화에는 언제나 슬픈 순간이 존재한다.

=우리는 영화에 인생을 투영하고 싶어 한다. 내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 극장에서는 웃고 즐기더라도, 집에 돌아가서 기억하고 이야기할 만한 한 조각을 남기고 싶다.

-영화는 결국 성장을 이야기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성장이란.

=완전히 새로운 규칙과 주변의 기대에 대해 눈뜨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타인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비눗방울 속에 갇혀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비눗방울이 터지고 외부의 시선을 느끼게 된다. 입고 나온 옷, 방금 대답한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복잡해지는 거다. 영화에서도 그런 걸 일부 반영하려고 했다. 기억을 예를 들면, 처음엔 한 가지 색으로만 만들어지지만, 끝에 가서는 여러 가지 색이 뒤섞인 기억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우리가 성장에 대해 느끼는 것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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