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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공부하는 잡지를 꿈꾸며
주성철 2015-07-17

요즘 가장 즐겨 듣는 팟캐스트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다. 노회찬, 진중권과 함께 출연자 중 하나인 유시민 작가가 늘 하는 얘기는 바로 ‘들으면서 공부가 되는 팟캐스트’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그들의 말발에 취해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은근한 공부가 된다. 이제 편집장이 된 지 6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여러 인터뷰 혹은 사적으로 만난 이들이 으레 던지는 질문이 바로 편집 방향에 대한 것이다. 여전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굳이 답을 하자면 그와 마찬가지로 공부가 되는 잡지를 만드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1003호 글쓰기 특집, 1009호 페미니즘 특집, 1010호 드론 특집, 1012호 표절 특집, 1013호 LGBT 특집 등이 그랬던 것 같다. 마니아 입장에서는 다소 성이 차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바로 그 때문이었다는 소심한 변명을 해본다. 당연히 재미도 있어야겠지만 함께 공부하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 그런 고민과 더불어 이번호 특집은 한국형 DP 시스템에 대한 것이다. 영화감독이나 평론가가 아닌, 기술 스탭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촬영’은 여전히 매력적인 분야다.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꼼꼼히 봐둘 만하다.

영화사의 초창기, 카메라를 든 사나이가 바로 영화라는 예술의 주체였다. 음악에서 악기를 다루듯이 영화도 카메라를 다루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그 존재감과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 해도 촬영감독은 여전히 ‘현장의 두 번째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감독과 가장 깊이 교류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감독의 ‘연출’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현장을 지휘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오퍼레이터와 시네마토그래퍼의 경계 위에서 DP 시스템에 대한 오랜 고민이 있어왔을 것이다. 말하자면 촬영은 단지 ‘이미지’와 ‘룩’을 넘어 존재하는 또 다른 형태의 연출인 것이다. 어렵사리 대담을 함께한 홍경표, 김우형 촬영감독은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지난 10년, 아니 그 이상을 대표해온 촬영감독들이다. 그들의 서로 다른 스타일이 지난 한국영화의 두 얼굴이었다고 감히 말해본다. 과거 촬영감독들을 만나 인터뷰하면 언제나 존경하는 촬영감독으로 스벤 닉비스트, 고든 윌리스, 비토리오 스트라로 같은 해외 촬영감독을 언급했지만 지금 젊은 친구들은 종종 이들의 이름을 대곤 한다. 기분 좋은 변화 중 하나다.

당초 여름이면 ‘서머 바캉스’, 이른바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이나 영화 등을 추천하는 특집을 꾸려왔는데, 씬스타그램(104쪽 참조)에 김성훈 기자가 쓴 것처럼 바캉스 특집 대신 한국형 DP 시스템을 해부하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너무 크게 소리를 쳐서 싸움이라도 났는지 다른 부서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그렇게 이번 특집은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직진만 거듭하는 김성훈 기자의 의욕과, 최근 실연의 고통을 기계와 신기술에 대한 변태적 집착으로 해소하고 있는 김현수 기자의 상처가 만난 기사라 할 수 있다. 역시 같은 씬스타그램에서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가 이런 나를 보며 웃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쓴 김현수 기자의 글을 보면서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져, 그 고통을 잊게 해주려 더 많은 기사를 맡겨야겠다고 생각하는 목요일 밤이다. 아무튼 기자들이 <우국>처럼 마감을 아는 몸이 되었는지, <인사이드 아웃>처럼 머릿속에 마감이라는 감정을 새로 들였는지 확인할 바 없으나,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해서 다행이다. 이러다 서머 바캉스 특집을 가을에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고고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