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가 있을 때마다 성동구청을 지나게 된다. 그때마다 보게 되는 것은 성동구청의 상징마크인 거대한 무지개 로고다. 지난 6월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수정헌법 14조 평등권 조항을 들어 미국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역사적인 날, 그날따라 성동구청의 거대한 무지개 로고를 마주하며 CGV왕십리로 향하는 길이 즐거웠고, 푸드코트에서 레인보우롤을 먹었다. 궁금해서 괜히 구청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봤다. 무지개가 구 상징마크가 된 데 대한 이유가 쓰여 있었다. “물을 근원으로 하여 생성되는 무지개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수변 구간을 접하고 있는 우리 구의 상징마크입니다.” 그리고 로고를 바탕화면으로도 깔 수 있게끔 큰 용량의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게 돼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저 심심풀이로 찾아본 것이었는데 구 슬로건을 보면서는 소름이 끼쳤다. 세로이긴 하지만, 구 슬로건인 ‘더불어사는활기찬희망성동’의 글자색이 6색 무지개로 되어 있었던 것. 그 또한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었다. 오른쪽 마우스 버튼 클릭, 그리고 다른 이름 ‘LGBT’로 대상 저장.
이번 1013호 특집은 LGBT다. 시기상으로는 한주 더 빨리 다뤘어야 하나, 문화계의 ‘표절’ 논란도 시급하게 짚고 넘어가야 했던 이슈였기에 이번호에서 다루게 됐고, <씨네21> 커버 로고 또한 6색 무지개로 바꿔봤다. 다시 6색 무지개 얘기로 돌아가, 종종 트랜스젠더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 장영엽, 정지혜, 이예지 기자가 머리를 맞대고 구성한 특집을 보면 ‘소수자들의 상징인 무지개는 어째서 여섯 빛깔인가?’라는 궁금증에 대한 답이 있다. 일곱 가지 무지개색에 핑크색까지 더한 8색 무지개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파란색과 비슷한 계열인 남색을 제외해 6색 무지개가 됐다는 것. 그런데 바로 그 슬로건을 보면 놀랍게도 남색이 없는 6색이다. 이를 기획하고 승인한 공무원은 대체 누굴까. 그런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쓴 이런 내용들을 나만 떠올린 건 아닌 것 같다. 성동구청의 큼지막한 무지개 로고를 보고 “무슨 동성애구청이냐?”며 화들짝 놀랐다는 SNS상의 일베스런 네티즌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성동구청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성동구민도 아님을 밝혀둔다.
한편, 지난주 7월6일에는 국내 첫 동성혼 소송 심문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시간을 거슬러 2013년 9월,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청계천에서 양가 부모님과 2천여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국내 최초로 동성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그해 12월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두 사람은 서울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구청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법원에 해당 구청을 상대로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동성결혼을 인정해 달라는 국내 첫 소송이다. 그날 오후, 법원 앞에서 소송을 준비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소송의 당사자인 김조광수, 김승환을 비롯해 이번 재판에 참여한 변호인단은 가슴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법원 모양 배지를 달고 있었다. 김조광수 감독은 눈물을 쏟으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22번째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나라가 되길, 전향적 판결이 나오길 바란다”고 그간의 심정을 토로했다. 우리도 그들의 페어 웨딩을 지지한다.